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구마 Jul 08. 2023

밑반찬

밑반찬은 사랑이야

1년중 제일 피하고 싶은 ' 때 ' 가 찾아왔어

장마철............

후텁지근하고 빗물에 발은 축축히 젖고 물먹은 신발은 찌걱찌걱 소리가 나고

악성곱슬은 물만난 물고기처럼 활개를 치고 온몸은 끈적끈적... 개싫어

움직이면 바로 땀샘이 활발히 활동하는걸 느낄 수 있는 이 장마철이 난 싫어


이 움직이기 싫은 이맘때에 난 사랑을 눈앞에서 보았어


우리엄마는 우울증으로 몇년을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어

계절마다 계절반찬을 만들어 자식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이것저것 하시며 바지런히 움직이며 잠시도 쉬지않던 사람이였는데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안해

뇌출혈이란 병마에 쓰러진 남편을 24년간 돌보다보니 병이 온거야 그래서 지금은 아무것도 안해

더군다나 지금은 꼼짝도 하기 싫은 장마철 이잖아


이 짜증나는 날씨에 엄마가 오랜 소꿉친구의 호출을 받고 잠시 나갔다 오셨어

그리고 잠시 후 돌아오셨을땐 정말 양손 가득히 커다란 봉다리를 들고 계신거야

뭔가 하고 꺼내 보니 엄청난 양의 반찬들이였어

제육, 가지볶음, 애호박조림(이건 이름을 모르것다), 오이부추무침, 멸치꽈리고추볶음, 갓 따온 상추


음식 만들어 봤어?

만들어 봤것지...간단한거

근데 단순해 보이고 자주 보아서 쉬워보이는 반찬 만들어 봤어?

반찬 만들다 보면 비로서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어


두손 가득 장을 봐와서 재료 다듬고 자잘한 손질과 칼질 후 무치고 데치고 볶고... 손도 많이가고 정성도 많이 들였는데 메인요리가 아닌 구석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역할밖에 못해 게다가 두어번 먹다보면 그담부터는 잘 손도 안가고

그래서 난 반찬 안해 힘들고 보상도 못 받는거 같은 기분에 

반찬 맛집 한곳 알게 되면 거기가서 먹고싶었던거 사다 먹는게 좋드라고 내 노동값을 운운하지 않아도 되고 

내입에 들어가는것도 내 노동을 들이는게 억울한?기분이 들어서 안해


그런 반찬을 엄마 친구분이 이 장마철에 아침부터 잔뜩 해주신 거야

반찬을 만드는 노동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쓴다는 건 정말 진심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해


흔히 볼 수 있는 저 반찬들에 난 우리 엄마의 인생이 보이더라고

잘 살아오셨구나.... 그러니 이 대단한 마음을 받으시는구나

그 마음이 없이 반찬을 어찌 만들어

나에게 있어서 반찬은 그래 정말로 사랑이라는 마음이 담겨야 할 수 있어

그래서 손수 만든 밑반찬은 정말이지 사랑이야





작가의 이전글 쑨이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