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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 Jul 16. 2023

대학찰옥수수

여름이구나

여름이네

여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어릴적 할머니댁에서 맞이한 여름날들이야

매미소리, 물장구, 땡볕아래 자갈돌, 푸르르고 지루한 시골 하늘과 조용히 움직이는 뭉게구름...

그리고 갓 따서 쪄낸 옥수수


할머니는 우리가 올때쯤 밭에나가 옥수수를 따오셨어

옥수수껕질을 벗기면 옥수수는 많은 실타래에 감싸여있고 그 실타래를 다 벗기면 뉴슈가와 소금을 탄 물에

넣고 삶아 주셨어

다 익은 옥수수를 꽃무늬가 있는 넓은 오봉(쟁반)에 담아내시곤

" 얘들아 옥시기(옥수수) 먹어~ " 하고는 알려주셨어

그럼 나와 내 사촌들은 쟁반에 삥 둘러 앉아 옥수수를 먹었던 기억이 내 여름날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추억이야.


근데 난 솔직히 잘 이해가 안됐어... 이렇게 더운데 왜 뜨거운 옥수수를 먹는거야

 ' 이 더운날 왜이렇게 뜨거운 옥수수를 주시는거에요? 집옆에 상회가서 쭈쭈바나 좀 사주시지...' 란 생각이 종종 들었지만 무더운날 땀흘려가며 쪄주신 옥수수를 내민 할머니께 차마 그런말을 해서는 안된다는걸 어려도 알았지.. 그러니 옥수수를 무슨 맛으로 먹는지도 모르고 다른 사촌들이 열심히 먹으니까 나도 그냥 따라 먹었어.

그렇게 내 어린시절의 여름은 친가와 외가에서 주시는 대학찰옥수수 맛도 모르고 그냥 먹었던 기억이 대부분 이였어


그러다 시간이 흘러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다 세상을 떠나셨어

여름만 되면 흔하게 넘치던 옥수수를 더이상 구경할 수가 없드라고...

안먹어도 그만이긴 한데... 항상 넘치게 있던걸 이제는 더이상 가져볼 수 없는 상황이 되니 기분이 묘하더라고

그렇게 한동안 대학찰옥수수를 구경하기 힘들었어 그냥 추억으로 남는구나 했지


그런데 며칠전 엄마한테 연락이 왔어

엄마 친구의 친구분이 작은 밭에다가 대학찰옥수수를 심었는데 오늘 딸거니까 얼른 가져가서 삶아 먹으라고 해서 오늘 옥수수를 쪄서 가져오시겠다는거야

(참고로 옥수수는 그날따서 당일에 먹어야 자체 당도가 안날라가고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대)

그래서 순간 반갑더라고! 오랫동안 소식 끊겼다가 연락받은 친구 소식처럼

그리고는 그날 오후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대학찰옥수수를 먹었어


와... 나 이 맛 진짜 몰랐었는데.. 반가움이였는지 추억이 눈앞에 있어서 그런건지 옥수수 세자루를 단숨에 먹어치운거 있지

' 옥수수가 이런 맛이였구나...' 진짜 그땐 이 맛을 몰랐어


추억은 냄새와 음식인거 같아

옥수수 찐내와 그 맛에 어릴적 여름방학으로 돌아가있는거 같더라고


고마워요 할머니~ 그때 내가 너무 어려서 옥수수 쪄줘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할 줄 몰랐어요

나 솔직히 여름이란 날씨 별로 안좋아하는데 할머니덕분에

여름날 기억의 한부분이 참 따뜻해요

진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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