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별택시 Aug 27. 2017

[출근 2일째] “무작정 부딪쳐라… 그리고 이겨내라”

“할 수 있기 전에 해야 하는 일을, 우린 하면서 배운다”_아리스토텔레스

#1 2015년 5월, 출근 일주일째…오전 사무실


기자로 생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국장님은 별도 출입처 출근 지시가 있기 전까지 나를 사무실 내근을 시켜 회사 시스템을 익히게 했다. 오늘은 그 마지막 날로 오전 편집회의 시간에 내가 해야할 업무와 기사 등을 교육하시고 내일부터는 정해진 출입처로 나가 근무하게 하도록 했다. 우리는 경제팀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소속돼 있었지만 정작 직속선배는 정해 지지 않았다. 나와 함께 하는 Y선배는 은행과 보험 등 전반적인 금융업권을 담당했고, 나는 증권업 하나만 출입하도록 했다.


내가 담당한 업무는 코스피 시황과 증권업계 이슈와 동향 파악정도 됐다. 출입기자로 등록해야 하는 기업이 50곳이 넘었지만, 나름의 전략을 세워 상위 20개사 위주로 추렸다. 부장님은 내게 그간 ○○뉴스에서 출입해온 증권사 리스트를 주며 신규 업체를 내게 등록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오전 회의가 끝나자 부장님은 내게 코스피 시장이 개장했으니 시황을 써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앞서 말했지만 난 주식의 ‘주’자도 몰랐을 뿐더러, 당연히 주식시장 흐름을 보는 것도 몰랐다.


“망했다....어쩌지..”


마음 속 깊이 불안감이 엄습했다.


“여기서 못한다고 짤리면 갈 곳도 없는데...”


나는 우선 네이버에 ‘코스피 개장’이라고 검색해봤다. 연합뉴스와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등 다수 언론에서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내렸다. 당연히 기사 본문안에 수치나 시장상황에 대한 해석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당시 이런식으로 검색을 해보고 본문 안에 출처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파악하려고 애썼다.<사진=네이버 캡쳐>

그나마 나는 한국거래소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관할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나는 거래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요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메뉴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주요메뉴를 보니 거래종목과 시간별 시세를 제공하는 페이지를 찾았다. 이렇게 해서 찾은 데이터를 주요 언론에서 보도된 데이터들과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이거구나...살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부분의 언론사는 코스콤이나 연합인포맥스, 또는 증권사 각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통해 데이터 값을 구하고 이 수치를 기반으로 한 시장흐름을 해석해 시황 기사로 출고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막 시작한 내게 이런 시스템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지만, 어쨋거나 나는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정보만을 이용해 시황기사를 각색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는 해결이 됐지만, 해석이 되질 않았다. 순매수·매도라는 단어도 어색했을 뿐더러, 각종 주식관련 용어에 익숙해지기란 참으로 버거웠다. 부장님께 도움을 청했다.


“부장님, 저 아까 말씀하신 개장시황 기사를 써봤는데, 데이터는 구했는데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당당하게 질문을 던졌지만, 주식을 볼 줄 안다고 하고 들어온 내게 이것도 모르냐며 불벼락이 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부장님의 대답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래?.....그럼 연합뉴스에서 쓴 시황보고 참고해서 본문 아래에 첨부해”


기자수가 많지 않은 우리 회사에서는 저작권 계약을 맺고 연합뉴스에서 주요뉴스를 받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연합뉴스에 나온 해설을 참고해 내가 쓴 데이터를 그럴 듯하게 완성시킬 수 있었다. 다 쓰고 부장님께 데스킹을 맡기니 한 마디 날아온다.


“기사가 참.....재미가 없네...뭐 나아지겠지. 잘했어~”


부장님은 기사를 보고 무언가 맘에 안들어 하는 눈치였지만 이제 막 신입으로 막 들어온 나를 이해한다는 분위기였다.


#2 점심 그리고 오후 사무실


점심시간이 되자 국장님과 부장님은 나를 데리고 빌딩 맨 아래층 식당가를 가셨다.


“여기 식당은 우리 회사랑 계약이 돼 있으니깐, 점심이나 저녁먹고 장부에만 적어두고 가면 돼. 단 식대가 기자 1인당 5만원 지원되니깐 이 금액 넘지 않도록 하고”


“네 알겠습니다”


“근데 일주일 다녀 보니깐 우리 회사 어떤것 같아? 다닐만 한거 같아?”


“네!! 선배들도 잘 해주시고, 제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를 담당하게 돼 만족합니다”


“그래 네 선배 ○○이랑 호흡 잘 맞춰서 잘 해보도록 해. 그래야 네가 나중에 경험쌓고 그러면 국장이 또 다른곳에 너도 추천해주고 그러지. 국장이 여기 오기 전에 ○○○○뉴스랑 ○○경제, ○○일보 다 국장이 키워놓은 곳이야. 지금 내가 여기 부사장으로 와서 얼마나 성장했는줄 알아? 아무튼 열심히 하도록 해…국장이 모르는 사람도 없고, 내 얘기하면 다 알아들으니깐 취재하기도 편할꺼야”


국장님은 식사하는 동안 쉬지 않고 본인 약력을 서슴없이 공개했다. 다른 부장님들과 차장님들은 아무말 없이 조용히 식사를 하셨고, 나는 국장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하면서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지난주 미처 등록하지 못한 증권사 홍보실에 전화를 걸어 출입기자 등록을 하고 각종 자료를 메일링 요청했다.


“안녕하세요. ○○뉴스 ○○○기자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 증권사 출입을 맡게 돼서 보도자료 등 메일링 요청드리려고 연락 드렸습니다”


“아.......○○뉴스요? 거기 근데 정치전문 매체 아닌가요?”


“네네!! 맞습니다. 정치를 주요뉴스로 다루고 있지만, 금융쪽도 다루고 있습니다”


“아....그래요...일단 FN메신저 아이디 알려주시면 저희가 내일부터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드릴께요”


대부분의 증권사는 경제뉴스를 다뤄보지 않은 이 곳을 낯설어 했다. 첫 반응은 대부분 시큰둥 했고, 이렇게 전화상으로 자료를 요청해도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는 곳도 많았다. 허나 나는 그러려니 했다. 이 곳 금융출입이 얼마 되지 않았고, 나름의 존재를 부각시키려고 증권기자를 뽑은 것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앞으로 증권쪽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느냐 내가 하기에 달린 것이니 이해하려고 했다.


증권사 50곳 중 30곳정도에 전화를 돌리고 나니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기사가 될 만한 곳은 상위 20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단은 30곳 정도를 등록해놨다. 언제 어떤식으로 이슈가 될 지 모르니 최대한 등록해놓자는 전략이었다. 퇴근시간에 다다르자 국장님이 밖으로 나가시면서 한 마디 붙인다.


“오늘 ○○이 전화 엄청 돌리더만....그래도 국장이 미리 다 사람들도 만나고 했으니 일하긴 편할꺼다. 내일 어디로 출근할래?”


“네 감사합니다. 내일은 아까 부장님이 금융투자협회로 가서 업무 보라고 하셔서요”


“그래 그럼 내일부터 금융투자협회로 출근 하는걸로 하고, 일보(일일보고)는 ○○이랑 잘 협조해서 해라”


#3 퇴근 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근처 어느 국수집

“새로 들어간 회사는 할만해? 다녀보니 어때?”


“응 뭐 사람들은 괜찮은거 같은데...증권쪽은 나도 처음이라서 공부해야 할 것들이 좀 많네”


“열심히 좀 해!! 또 힘들다고 그만두지 말구, 근데 우리 이번 여름휴가때 어디가?”


“흠...글쎄 우리 맨날 가까운 곳으로만 다녔으니깐 멀리 부산이나 갈까?”


“부산? 히힛 자기가 알아서 정해 난 그냥 따라만 갈꺼야”


“알겠어~ 근데 자기 회사는 언제 그만둘라고? 다른거 한다고 했자나 생각 좀 해봤어?”


“나? 나 어차피 일 안해도 자기가 먹여 살릴꺼 아냐? ㅋㅋ 나 사실 바리스타 도전해 보려구”


“바리스타? 뭐야 원래 관심 있었어? 그거 어떻게 되는건데?”


“우리 회사 빌딩 아래 까페 있잖아 ㅎㅎ 거기 애들 일하는거 보니깐 재미있어 보이더라구. 바리스타 과정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대 아카데미 통해서 교육받고 수료증 받으면 된다네 ㅎㅎ 나는 확실히 사무실은 체질에 안맞아”


“사무실 체질에 안맞아? ㅋㅋ 그럼 자기도 기자나 해보던가. 기자는 매일 현장에 있는데...”


“기자는 싫어. 자기 일하는 것 보니깐 스트레스 많이 받는거 같애. 난 사람들이랑 부딪치는 일 질색이라고. 그리고 그거하면 내 시간도 많이 없어지잖아.....자긴 기자 왜 하려고 해? 여기 들어오기 전에도 많이 힘들어 했잖아?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일반직장 생활하면 안돼?”


“..........그간 다녔던 회사가 그저 나랑 안맞았을 뿐이야. 기자라는 직업 자체는 그렇게 별로인 직업은 아니야”


“맨날 말로만 괜찮대...하여간 잘해!! 나는 나랑 있는 시간만 보장되면 자기 하는 일에 대해선 터치 안할꺼니깐..”


이제는 前여자친구가 됐지만 당시 그 친구 얘기를 회상해 보면, 기자를 하면서 참 많은 것을 포기한 것 같다. 기자에 발을 들이고 나선 친한친구를 만나는 일도, 여자친구와 데이트 하는 횟수도 줄었다. 내 의지든 아니든 업무적으로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퇴근 후에도 업무관련 공부를 하는데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여러회사를 거친 후에 새로 입사를 했기 떄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 나에겐 나름의 ‘생존법’이었다. 주말에 친구도 보지 않고 도서관이나 까페에 가서 증권업계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 읽고 분석하거나, 주식 관련서적을 읽으면서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누가 알아주진 않았지만 그땐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이같은 노력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고 수포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사실 업무적으로는 나름의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몰랐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그런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내가 살기위해 그렇게 행동했으니깐.


“넌 왜 너만 생각해? 니깟게 뭔데 날 힘들게 해 …네가 하는 일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 받는게 싫다고”

작가의 이전글 [출근 첫 날] 신고합니다. 신입기자 ○○○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