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The Blue
본 글은 토스로부터 다큐 시사회 참석 등을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이며, 소정의 기고료는 청소년의 대학입학금으로 기부될 예정입니다.
청년 체감실업률 27.2%, 어느덧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일자리가 없는 상태인데요. 경기 악화와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 채용이 현저히 줄어들었을뿐더러 5인 이상 모임 금지, 22시 심야 영업 제한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제한으로 도소매업 또한 큰 타격을 입으면서 단기 아르바이트마저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애그플레이션 Agflation까지 일어나 큰일입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 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 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가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경제현상을 말하는데요. 채소 가격이 9.2%, 달걀 가격이 15.2% 상승하자 맥도널드 2.8%, 롯데리아 1.5% 각각 햄버거 가격을 인상했으며 파리바게뜨 역시 14.4%, 뚜레쥬르도 9.5% 빵 값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식품가 인상 여파에 CJ 햇반도 6%, 오뚜기밥도 7% 상승했죠.
일자리는 줄고 밥상물가는 오르면서 청년들이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긴 하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배고픔과 어두운 내일인데 말이죠. 예전에 비해서 살기 좋은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매년 생활고나 우울증으로 삶을 포기한 사회 구성원이 천여 명 정도 되는데요. 절대적 빈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상대적 빈곤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흔히 엄마 친구 딸로 대조가 한정됐다면 지금은 SNS를 통해 누구나 쉽게 비교할 수가 있는데요. 전시된 이미지 속에서 앞서거나 뒤처지는 느낌이 들고 때론 트렌드에 홀로 소외되어 무기력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SNS 속 이미지는 너나 할 거 없이 늘 밝고 화사하며 생기 넘치는 모습인데요. 예쁜 옷과 밝은 표정은 물론, 맛있는 음식 또는 여행지로 충만합니다. 실제 청년들이 당면하고 있는 취업의 어려움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표출되지 않고 그 속엔 행복함과 즐거움만 가득하죠.
공개된 50분 토스 영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 사용자인 청년의 목소리는 부재했고 어느 SNS와 다를 바 없이 자부심과 자랑만이 가득했는데요. 지난달 이슈가 된 크라우드 펀딩 손실에 대한 고민은 전무했습니다. 원금 손실 0%란 운용사 문구를 그대로 노출해 몇백 명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단순 광고 대행으로서 중개 과실은 없다는 입장인데요. 현재 원금 회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자 손실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습니다. 토스 이용자 대부분이 청년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울 따름인데요.
이런 시국인지라 상영이 끝나고 관계자들과 Q&A 시간을 가졌을 때 여러 참가자가 제작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내부 반응은 어땠는지, 도무지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 등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유독 듣기 좋은 우호적 질문만을 많이 하는 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요. 그래서 여러 전문가들과 다르게 청년들에게는 이 영상이 좋게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사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보니 질문한 학생은 알고 보니 관계자의 지인이었고 그 순간,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분명 토스의 시작은 불편함에서 비롯되었는데 내부든, 외부든 어느 순간인지 이 불편함을 말하기 꺼려하는 문화가 된 것이 아닐까 하고 돌아가는 테헤란로 길 위에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를 응원합니다.
기존 보험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코자 만들어진 토스 인슈어런스처럼 앞으로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내리라 기대되기 때문인데요.
토스는 금융이 불편한 순간이란 웹 페이지를 만들어 사용자의 피드백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그 순간을 한번 살펴보면, 공인인증서를 매년 갱신해야 하고 갱신된 인증서를 각 은행마다 하나씩 재등록해야 하는 불편함부터 사용하지 않는 카드의 연회비가 지출되는 불편함 등등 정말 리얼한 소리들이 담겨있는데요.
그중, 자정이 되면 은행 점검 시간으로 이체하지 못하는 불편함은 실제 서비스 개선에 성공했습니다. 이체하면 은행 별 점검 시간이 끝난 후, 자동으로 송금이 예약 이체되도록 바꾼 건데요. 이렇게 본질을 살피고 어두운 면을 함께 마주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토스가 사랑받고 신뢰를 쌓는 행보가 아닐는지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논픽션 영상으로 제작한다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날그날 똑같은 일과를 보냅니다. 학생은 등교와 하교를, 회사원은 출근과 퇴근 사이를 오고 가죠. 그 일상이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코린토스 시 창건자 시시포스와 비슷한데요.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얻은 그는 산꼭대기에 바위를 가져다 놓으면 이내 바위가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져 영원히 바위를 올리는 고역을 되풀이하는 인물입니다. 우리도 각자 똑같은 일상을 굴리며 살아가는데요. 어제는 오늘과 같고, 내일도 아마 오늘과 같을 것입니다. 시시포스와 우리가 다른 점은 굴리는 것이 진짜 돌멩이냐 아니냐 그 차이뿐이겠지요.
전례 없는 취업난과 경제 위기로 뜻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지치고 때론 힘들어 가고자 하는 길을 포기하고픈 순간이 문뜩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삶에 대한 회의가 밀려오기도 하고요. 그럴 땐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영원한 형벌에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바위를 밀어 올리려 내딛는 시시포스의 한 걸음처럼 오늘도 그 루틴에 발걸음을 옮겨 보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꾸준히 내딛으면 토스의 개선 사례처럼 분명 원하는 바를 이뤄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Behind The Blue, 그대의 청춘을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