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송이 Oct 30. 2021

집에 있으면서 왜 보내?

아군인 줄 알았는데 적군이다

몇 달만에 혼자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네 명의 아이들이 집에 있게 되었다. 평온을 누리던 내 시간은 산산조각이 났다. 지난주부터 코로나가 조금씩 괜찮아지면서 어린이 두 명이 먼저 집을 비웠고 이내 학생 두 명까지 오늘부터 학교에 가게 되었다. 사실, 오늘을 생각하니 어젯밤에 설레는 마음에 잠을 조금 설친 것도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정말 많이 그리웠다. 이루 말할 수 없다.

카페 같은 데는 바라지도 않는다. 집에서라도 음악 들으며 커피 한 잔 마음 편하게 마시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것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부산을 떨면서 아이들 등원과 등교를 준비했다. 아이들이 모두 떠나가고 이 집에서 누릴 평온한 시간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났다. 남편이 먼저 집을 나섰고 그다음 학생 두 명 그다음.... 마음을 단단히 먹을 시간이다. 어린이 두 명 중 아직 작은 어린이는 요즘 다시 어린이집에 다시 정을 못 붙이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집에서 엄마와 머물렀던 기간이 길었던 탓이다. 내가 내 시간이 그립듯 그 아이도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시간이 그리운 모양이다. 옷을 입힐 때부터 안 입겠다 떼를 쓰며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연신 눈물을 철철 흘리며

"가기 시어. 가기 시어." 하고 말한다.

순간 '내가 너무 독한 엄마인가, 아이가 이렇게까지 싫어하는데 보내지 말까?'

하는 마음도 잠깐 스쳐 지나갔다. 찰나였고 이내 내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모성애를 눌러버렸다.

노란 어린이집 차가 보인다. 아이는 내 품에 매미처럼 꼭 달라붙더니 꼭 그 매미처럼 힘차게 울부짖었다. "시어 시어 시어." 차가 우리 앞에 도착하고 내 품에 접착제처럼 붙어있던 아이를 겨우 떼어내어 선생님 품으로 옮겨 놓았다. 강제로 선생님 품에 안긴 민찬이는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민찬이 얼굴은 세상이 무너진 듯했고 이렇게까지 날 보내야 하겠냐는 듯한 책망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아팠으나 난 빠르게 내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솔길을 걸었다. 아니 뛰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으니까 딱 30분만 산에 다녀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을을 품은 산 길을 걸었다. 슬프고 아프고 죄책감 섞인 마음이 달래 졌다. '그래. 어제 선생님께 여쭤보니 어린이집에서 잘 논다고 하셨잖아. 또 금방 괜찮아질 거야. 떨어질 때만 이렇게 우는 거야.' 산속 아파트에 사는 감사함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이 시간이 다시 찾아온 것이 정말 행복하고 감사했다.

어느 정도 걷다 서둘러 다시 산을 내려오는데 지인 한 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 안 하세요?"

"응. 아까 아이 어린이집 차 타면서 우는 거 봤어."

"네. 적응해서 잘 다녔는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 오래 있다 다시 가더니 저렇게 우네요."

그분이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집에 있으면서 왜 보내?"

아군인 줄 알았더니 적군이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애써 누르며 어르고 달래 놓은 내 마음이 다시 뒤숭숭해져 버렸다. 덩달아 얼굴까지 빨개진 난 서둘러

"저도 숨 좀 쉬어야죠." 하고는 얼른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니, 자기가 내 삶에 대해 뭘 얼마나 안다고 저런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화가 났다 미웠다 내가 진짜 나쁜 엄마가 된 것 같았다가 감정이 요동을 친다.

'아 오늘 아침엔 이 글감으로 글을 써야겠다. 저분 나한테 글감 던져 주려고 그 말 한 거구만.'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발걸음이 빨라졌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켜고 마구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쓰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읽고 쓰는 나로 살지 못하고 엄마의 삶만이 강요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불만이 솟구쳤다. 아이들에게 다정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화를 내는 사나운 엄마가 되어갔다. 엄마도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애들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애는 내 삶을 망가뜨려."

-분노와 애정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라서 행복하고 엄마라서 불행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