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 어떻게 하죠? (1)
‘싸우고’, ‘때리고’, ‘죽이는’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귀’, ‘오줌’ 그리고 ‘똥’과 같은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승전 '똥'으로 끝낸 이야기는 아무 재미도 없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어느 사이에 사라져 버립니다. 아이들에게 금기어를 정해주는 순간, 이야기의 흐름도 막힐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밀림의 왕자 레오’라는 만화영화를 즐겨보곤 했습니다. 50여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저는 지금도 가사를 모두 외우고 있습니다. 주제가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프리카 밀림은 동물의 왕국
땀 흘려 지켜온 평화의 나라
여기에 용감한 밀림의 왕자
레오 레오 레오 흰 사자 레오
엄마별이 반짝인다 레오 레오
밀림의 침입자는 모두 물리쳐
마지막 승리는 레오 것이다
레오 레오 레오 흰 사자 레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레오는 사자니까, 원래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레오가 어떻게 밀림의 평화를 지켜왔는지는 모르지만 레오 또한 밀림의 구성원을 해쳐야 하는 비로소 살 수 있는 동물입니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엄격한 식생활 원칙을 준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은 잡식동물입니다. 가축 또한 원래 식용 목적으로 사육했습니다.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물은 죽이면 안 되지만, 식물은 뿌리 채 뽑아도 되는 걸까요? 인간은 자신의 생명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어쨌든 레오는 밀림의 평화를 지켰습니다. 지구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몸을 바친 영웅들도 많았습니다. 우리가 평안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독수리 오형제’를 비롯한 수많은 영웅 덕분입니다.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악한 존재들은,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순순히 물러갈 이들이 아닙니다. 그럴 거였으면 아예 처음부터 지구를 침범하지도 않았겠죠! 그러니 영웅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적을 죽일 수밖에 없습니다.
‘동심천사주의’로 잘 알려진 방정환 님의 소설 속 주인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악한 어른들과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순수했다면, 만약 그랬다면 그냥 당하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른들이 '그대로' 있으라고 해도)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용기와 희생정신으로 무장하고 불의를 물리쳤습니다.
적이 나를 위협하는데, 적이 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데, 그냥 수수방관한다면! 생명을 잃게 됩니다. 그러니 나 역시 폭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포로로 잡은 적에 대해서는? 그들에 대해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관용을 베푸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영웅’의 주인공, 안중근 님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일본군 포로를 놓아줍니다. 그런데 그 결정이 커다란 화근이 됩니다. 풀려난 포로는 감사하기는커녕, 안중근 님뿐만 아니라 다른 독립군을 잡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폭력은 폭력을 부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폭력의 싹을 잘라버리기도 합니다.
영웅 (Hero, 2020년, 윤제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