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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철 Feb 08. 2024

막지 않아야 막히게 되는 파괴의 분화구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 어떻게 하죠? (2)

애쉬톤-워너, 기억하시죠? 그분은, 아이들 존재의 일부로 기능하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는 내용, 그러니까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를 벽에 걸어두는 이야기나 폭탄과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받아주었습니다. 


애쉬톤-워너는, 아이들의 마음은 두 개의 분화구가 있는 화산이라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파괴성, 다른 하나는 창의성의 분화구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른들이 할 일은, 파괴성 분화구를 완전히 막아버리는 일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파괴성 분화구를 틀어막으면 창의성 분화구도 막히기 때문입니다. 


애쉬톤-워너는, 파괴성 분화구를 막는 대신 창의성 분화구의 크기를 넓히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창의성 분화구의 크기가 커질수록 파괴성 분화구의 크기는 작아진다는 것입니다(Ashton-Warner, 1963: 29쪽). 


최연철, 2024. 2. 12 (Playground로 그림)


생각해 보세요. 파우치에 담긴 음료를 마실 때, 한쪽만 자를 게 아니라 상단 양쪽 모서리 모두 자르면 음료가 잘 나오잖아요! 파괴성 분출구를 닫으려 하지 않고 아예 열어놓으면 창의성이 오히려 더 거세게 분출된다고 보았습니다. 파괴성 분출구는 창의성 분출구가 잘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할 뿐, 그 분화구로 파괴성이 분출되는 일도 없어지게 되겠죠! 


어떤가요? 싸우고 죽이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하면 아이들이 절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될까요? 아니면 그런 폭력적인 이야기조차 받아주면 점차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될까요? 답이 궁금하다면... 독자분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했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하고 싶은 욕망에 시달려본 적은 있으시죠! 




Ashton-Warner, S.(1963). Teacher. NY: Simon & Schuster,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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