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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Dec 07. 2018

쿠바, 그리고 뚜리스타 코레아노

Las turistas y La gente cubana

사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어디를 가나 한국인이 참 많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쿠바 여행은 이전 여행지와 확실히 달랐다. 한국 사람을 보기가 참 힘들다. 쿠바는 한국에서 꽤 먼 곳이고, 사람들이 그렇게 선호할만한 여행지도, 인지도가 높은 목적지도 아니다. 만일 이 정도 거리와 시간을 투자할 여행자라면 쿠바보다 나은 페루 마추픽추나 칸쿤과 같은 확실한 대안이 존재하고, 아직 쿠바라는 이름 자체에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한국인들은 정말 가끔 보인다. 특히 위와 같은 이유로 직장인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나라도 무언가 확실하게 꽂히지 않았다면 거의 2주 가까운 휴가를 내서 이 먼 곳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여행을 하는 동안 나처럼 휴가로 온 한국인 직장인은 나를 제외하고 2명 더 만났다. 20대 후반 여성과 40대 초반 여성 한 명. (여러분, 쿠바는 여자가 혼자 여행해도 될 만큼 안전한 곳이에요. 그리고 여자 1명 2명이서 다니는 사람은 은근히 많다.)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북에도 나와 있을 만큼 유명한 까사 호아끼나나 까사 요반나를 오전에 찾아가면 정말 많은 한국인을 만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여행자는 한국에서 쿠바만을 위해 여행을 온 사람들보다는 한국에서 남미여행이나 세계여행의 스케일로 몇 달 정도의 여행을 다니면서 쿠바를 잠시 거쳐 가는 사람들이다. 여행을 얼마나 다녔는지 물으려면, 몇월, 몇 년부터 여행을 시작했더라 라는 자문자답이 나올 정도의 스케일로 여행을 다니는 분들이다. 그리고 내가 갔던 12월이라는 시점 덕분에 한 부류의 사람들이 더 있었는데, 미국이나 멕시코 대학교의 교환학생들이 방학 기간에 쿠바 여행을 온 경우였다. 개인적으로 이 카테고리의 사람들이 제일 적을 것 같은데, 정작 내가 만나서 수다를 떨었던 많은 사람은 이쪽이었다. 내가 워낙 낯가림이 심해서 처음 보는 한국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경우가 굉장히 굉장히 드문 터라 거의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도 쿠바에서 처음 만난 사람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도 다 교환학생이었고, 그래도 멕시코 교환학생들이라서 hablo español 인분들이라서 여행의 서바이벌에는 나처럼 큰 걱정이 없는 것 같고, 오히려 나보다 풍성한 경험을 가지고 쿠바를 떠났을 것 같다. 실제로 트리니다드에서 만나서 같이 피냐콜라다 먹던 교환학생 2명은 4주 잡고 왔다던데. 난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그 둘은 남쪽 산티아고 데 쿠바를 향해 12시간 버스 타고 간다고 ㅋㅋ (단, 쿠바에서의 첫 날은 누구나 두려워한다. 내가 Morro에서 털리기 직전 Crepe Sayu으로 숙소에서 짐 풀자마자 밥 먹으러 왔다는 3명에게 내가 열심히 설명해줬다.) 결론적으로 정말 나이가 있는 한국 장년층은 가뭄에 콩 나듯 가끔 있다. 개인적으로 공항에서 한번, 선사시대풍 벽화에서 한번 본 듯한데 자기들끼리 부장님 부장님 하시는 거로 볼 때 출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쿠바에는 한국인을 제외한 관광객이 매우 많다. 이국적인 무언가를 안전하게 구경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지라 내가 갔던 도시들에는 많은 관광객이 있었고, 그중에 대부분은 우리가 주로 서양이라고 일컫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버스로 투어를 다니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사람들이고, 내가 했던 2회의 버스투어에 한국 사람은 나 혼자였다. 버스가 꽉꽉 차서 다니는데. Topes de Collantes에서는 거의 다 독일 프랑스 쪽이었고,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베트남인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Viñales 투어 버스에도 이런 추세는 비슷했다. (물론 이때는 중국인 대학생 무리가 5명이나 있었다만, sorry, I'm not in that group) 사실상 내가 가본 장소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모일 장소로 추측되는 Trinidad Casa de la Musica에서도 사람들을 둘러보면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에 비해 동양인들의 비중은 매우 낮은데, 같은 사회주의권인 중국인들은 좀 많고 일본인도 많은 것 같은 것이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면 먼저 'chino chino'를 하고 그 다음 'japan japan'한 다음에 'corea'가 나온다. 먼저 'corea'가 나오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던 듯. 하여튼 중요한 건 진짜 어디를 가나 중국인은 진짜 많다. 더군다나 Air China에서 몬트리올 지나서 오는 베이징발 쿠바행 비행기까지 있으니 정말 앞으로는 더 몰려들 것 같다. 물론 이에 대응할 비행기 편인 아에로멕시코의 서울-멕시코시티 직항 비행기가 다시 생긴다니 그럼 한국인 관광객 더 많아질 수도 있겠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 씨가 가고 싶은 여행지로 쿠바를 말했다고 했지만, 너무 멀고 길이 험난해서 쿠바는 힘들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는데, 이제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쿠바에 엄청난 코레아노 러시가 시작될 듯하다. 사실 요반나에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불안했던 것은 내가 가보지 않은 남쪽 산티아고 데 쿠바 같은 곳이 꽃할배에 나온다면 엄청난 자괴감에 빠질 것 같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저 할배들도 간 곳을 내가 못 갔었다니…


여담으로 그놈의 'chino'는 마지막에는 무시하고 다닐만한 수준에 올라섰다. 이건 걸어 다니기만 하면 마치 동양인에게만 반응하는 스피커를 켜놓은 듯이 랜덤하게 들려오는 도시의 매연 같은 존재인데, 데에페에서 들었던 빈도와는 차원이 달라서 정말 가는 곳마다 들리는데, 그 뒤에 뭐라고 계속 하긴 하지만 내가 스페인어를 못해서 'chino'까지만 듣고 그 뒤는 못 듣는다. 그래도 영어로 뭐라고 하면 알아들을텐데, 못하는 게 약인건가? 특히 밤늦은 시간에 Malecon에서 Prado를 따라 올라오면 주변 돌담에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막 여자들이 'chino'하면서 휘파람을 불면 대놓고 무서웠다. 똑같은 밤의 'chino'라고 해도 Malecon에서 'chino'만 할 때보다 훨씬 무섭다. 뭔가 이게 매춘 같기도 한게, 굳이 밤 늦게 실제로 막 엄청 뚱뚱하고 나이 든 남자랑 어린 여자랑 있는 걸 보니 내가 괜한 의심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솔직히 밤에 그러면 이어폰을 끼고 경보하듯이 걸어가도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무섭다. 그래도 숙소에서 만난 쿠바 분들은 하나와 같이 친절해서 참 좋았다. (이게 돈의 힘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begging people이 정말 많다. 볼펜 주워주고 돈을 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달라는 사람, 길을 알려주고 정보를 주었으니 달라는 사람, 종류는 많지만, 결론은 하나다. 물론 관광객들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는 1CUC가 그들에게는 한 달 버스비가 되고, 반나절 일당이 될 수 있으니 내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는 있겠으나, 이게 길거리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여지없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전체적으로 쿠바인들의 다가옴을 친숙하게, 친근하게 받아드리지 못하게 하고, 뭔가 이 사람이 나에게 얻을 것이 있어서 접근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적이 많아서 이런 면에서는 쿠바 여행이 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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