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꼬깃꼬깃해진 감정 스트레칭
독일은 여전히 재택근무 중이다.
여느 때와 같이 식탁으로 출근한 띤군이 화상 회의를 시작하는가 싶더니 급하게 나를 부른다.
'이것 봐, 상사가 이번에 휴가로 다녀온 곳 이래.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즈 숲(Bregenzerwald)이라는데, 끝내주지?'
코로나여도 참 잘 놀러 다니는 독일 사람들.
그런 생각도 찰나, 고개를 돌려 사진을 본 순간 저기다 싶었다.
저런 곳이라면 지난 반년 간 꼬깃꼬깃 쌓인 이 감정들을 사방으로 쫙- 펼쳐놓고 잘 통풍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신청해놓은 휴가는 다가오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던 참에, 잘됐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국경을 넘어야 하는 오스트리아행은 아쉬움을 달래며 단념했다.
언제 또 국경이 통제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
독일 내에서 비슷한 곳을 찾아 구글맵을 뒤지니, 마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브레겐즈 숲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있는 마을, 오버스트도프(Oberstdorf)다.
국경은 인간이나 지키라고 있는 거지 자연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법!
역시, 내가 찾던 바로 그런 자연이 거기에도 있었다.
독일 최남단 주인 바에이른주(Bayern)에서도 최남단에 있는 이 마을은, ‘가장 높은 마을’이라는 이름답게 거대한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여 있다. 나와 띤군이 이 발견에 특히나 쾌재를 부른 것은 이 마을에는 기차가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울름(Ulm)에서 직행이 있다. 브레겐즈 숲을 포함한 알프스의 산악마을은 기차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대중교통은 버스뿐이고, 그것도 몇 번씩 갈아타며 가야 한다. 그러니 차 없는 우리에게 오버스트도프의 발견은 쾌거일 수밖에!
도심을 걸을 때와 자연 속에서 걸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산속에서는 온전히 지금의 것에 집중할 수 있다.
걸을수록 몸 전체의 순환은 가빠지고, 몸에 쌓여있던 불필요한 것들이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과도하게 증식해버린 생각도
거칠게 토해내는 숨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옷을 흠뻑 적시는 땀이 되어 배출된다.
그래서 땀을 양껏 흘리고 자동으로 개다리춤이 춰질 정도로 산행을 하고 난 뒤에는 고요한 평화가 찾아온다.
다 괜찮다. 모든 것이 고향으로, 어머니 품으로 돌아갔다.
꼬깃꼬깃해진 마음을 알프스의 너른 들판 위에 쫙 펼쳐 널어놓았다.
자연의 넉넉함에는 그 아무리 켜켜이 쌓인 주름일지라도 다 펴서 널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백신도, 치료제도 아직 갈길이 먼 지금
또다시 마음의 정체가 찾아오면 밖으로, 산으로 가야겠다.
따뜻한 봄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알프스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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