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춤과 눈물에 순서가 없는걸
어릴 적의 나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영화 속에 사는 사람. 어린 시절부터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 하고, 학교를 다닐 때는 장기 자랑과 축제 때 빠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라라랜드>가 나의 인생 영화가 되고, 검정치마의 노래 <Hollywood>가 나의 인생 노래가 된 것은. 나는 그곳에 가는 것을 꿈꾸었다. 먼 별들의 고향.
넌 근데 잘 못 온 거야.
여긴 춤과 눈물에 순서가 없는걸.
지금의 나는 어릴 적 나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떠밀리듯 공부해서 그저 그런 대학에 진학했고, 남들 다 하니까 허겁지겁 취직했던 회사는 형편없는 곳이었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큰돈은 허영과 사치로 쓰기 바빴고, 나를 잃으며 남들의 칭찬에 목을 매었다. 마지막 폭죽이 터지는 그날에도 넌 그대로 내 옆에 남을 걸 알아. 라고 속삭였던 사랑도 지나고 나니 후회만 남았다. 영화 속에서 화려하게 살 것만 같았던, 아니 그럴 것이라 확신했던 나의 삶은 지독한 현실 속에 있었다. 미련하게 믿고 있던 나의 꿈이 시들고, 비밀 가득한 나의 지난 과거들만 계속 돌아가.
나는 향도 가시도 없이 막 아무렇게나 자랐네.
뭘 기대하는지 알아 어디서 들어봤겠지 먼 별들의 고향
넌 근데 잘 못 온 거야 여긴 춤과 눈물에 순서가 없는걸
감당이 안 되네 네가 찾아온 곳은 발리우드
모든 키스는 매번 등 뒤에서
폭죽이 터지면 풍선들이 날아가고
바람에 실려온 새 얼굴은 찡그리네
미련히 믿고 있던 민들레가 시들 때면
비밀 가득한 내 비디오만 계속 돌아가네
날 좀 더 칭찬해 줄래 남들은 내게 너무도 인색해
슬픈 생각에 머뭇거리다 티브이를 보면 다 웃고 있잖아
멈추진 않았네
폭죽이 터지면 풍선들이 날아가고
바람에 실려온 새 얼굴은 찡그리네
미련히 믿고 있던 민들레가 시들 때면
비밀 가득한 내 비디오만 계속 돌아가네
오 유치하고 달콤하게 평소보단 아름답게
물컹한 눈을 뜨면 내 정원에 들어올 수도 있어요
밤엔 내가 만개해요 밟지 말고 꺾어가요
어차피 나는 향도 가시도 없이 막 아무렇게나 자랐네
나도 내가 밤에 하는 짓이 부끄러워
끌어안으면 내 항상 남는 부스러기
이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은 걸
받은 걸 다 돌려주긴 욕심이 많지
그래, 이곳은 Bollywood.
내가 꿈꾸었으나, 내가 몰랐던 Hollywood의 이면.
인생은 꿈을 꾸고 사랑을 하면서, 좌절과 절망을 겪고 실패와 이별을 반복한다. 어릴 적 나는 알지 못했던 삶의 이면. 티브이를 보면 다 웃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비밀 가득한 비디오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안다. 여긴 춤과 눈물에 순서가 없는걸.
나는 이제서야 내 삶의 어느 모습이든 사랑한다. 끌어안으면 항상 남는 내 부스러기들조차,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므로. 향도 가시도 없이 아무렇게나 막 자란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향과 가시를 만들어가지 못한 것임을 깨달았다. 삶은 결국 그런 것이었고, 모든 삶은 한 편의 영화였는데.
그러니 나는 꿈꾼다. 여전히.
we are going to hollywood
and never coming back, coming back
maybe we’ll turn to gold
don’t stop action, friction
Live in a fiction baby.
hollywood.
내가 만개하는 어느 날 밤에,
나를 밟지 않고 꺾어가 줄 누군가와 할리우드로 갈 거야.
우린 할리우드로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돌아오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