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다.
1년 넘게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었습니다. 여전히 주 7일 중 주중 3일은 일을 하러 나갔고 2일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나머지 주말은 남편과 나 아이와 함께 얽기 설기 엉크러져 지냈습니다. 밤이 되고 아기가 잠이 들어 깊은숨을 몰아 쉴 때면 규칙적인 아기의 숨소리를 따라 제 삶의 모든 것을 안도했습니다.
오늘도 무사하다. 행복하다. 지금 이대로 프리즈!!
이 시간만큼은 영원히 멈추어버렸으면 싶어 집니다. 그건 아기를 낳고부터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난 후 내일을 맞이하기 전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큰 이벤트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도 그냥 그렇게 무사히 흘러간 하루에 감사를 하게 된 것이죠. 경력이 단절되면 어쩌나 싶어 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파트타임 허드렛일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어가고 그동안 아이는 33개월이 되었습니다. 가만히 숨만 쉬어도 흘러가는 게 시간인지라 그 연속된 시간 속에서 뭔가 파문들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출산과 육아 기간이 겹쳐서 어찌 보면 코로나가 아닌 때보다 뭔가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크게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미뤄뒀던 박사 논문도 어찌어찌 완성해서 졸업도 하고 책도 더 많이 읽었습니다. 올해 초 스타벅스 프리퀀시를 그러모아 다이어리를 받았는데 이번 다이어리만큼은 꼭 뭔가로 채워주고 싶어 2024 버킷리스트부터 그날의 한 줄 느낌이라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쩐지 그러면서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워졌다고나 할까요 뭔가를 쓰는 일이 재미있어졌습니다. 제 속에 묻어뒀던 마음을 글자로 적어내니 결혼 후 뭔가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억압됐던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브런치 작가 도전하기]
직관적인 책 제목에 손이 가더라고요. 바로 전에 [2024 신춘문예당선소설집]을 읽어서인지 작가라는 말이 좀 좋아 보인 다랄까요. 책을 읽으면서 짧지만 강렬한 내용과 문학적인 표현에 감탄하며 읽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야겠어라고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영화 관련 글을 썼던 게 메인에 걸려서 스스로 기고만장해져 가지고 그 글을 연결해서 한 두 번 신청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물론 보기 좋게 아쉽지만이라는 글로 시작되는 메일을 받았었고요. 그런데 이 분은 직접 쓴 글을 3편 올리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작가의 서랍에 3편의 글을 써서 그중 괜찮은 글 2편을 연결해서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요.
뭔가에 합격했다. 당첨됐다. 바로 너다.
이렇게 픽당해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나는 제 삶에 이런 귀한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진부하지만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라는 말, 바로 제 사막 같은 삶 속에 살얼음 낀 컵에 담긴 시원한 테라 맥주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왁!!!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진심으로 너무너무 기뻤거든요. 누가 보면 복권에라도 당첨됐냐 싶겠지만은 그동안 너무 걍팍하게 살았냐 싶기도 하지만은 정말 정말 행복했습니다. 물론 뭣도 모르는 남편이 그럼 이제 작가 된 것이냐, 그럼 이제 책 나오는 것이냐와 같은 기죽이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하늘 위를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메일을 받고 며칠 동안 반복해서 메일을 읽었습니다. 수중에 금송아지를 품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떤 글을 쓸까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으나 저의 입은 웃고 있는 행복한 판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하라 라는 유튜브 숏폼의 누군가의 말을 빌어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소 두서없지만 뭔가 브런치 작.가. 가 된 이후로 처음 쓰는 글은 오늘의 이 마음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막 쏟아냅니다. 혹시라도 누군가 제 글을 읽게 된다면 이 행복한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제 마음을 쏟아낼 이 공간을 사랑하며 감사하며 아끼며 성실하게 써보렵니다. 저만의 이야기를요.
-**브런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