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저장 및 관리 서비스 '리딧' 기획기
디자이너들과 와이어프레임을 수정하고 브랜딩을 하면서 처음에 생각하던 모습과 앱이 많이 바뀌었다. 확실히 머리를 맞대니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 기능 하나하나, 뷰에 들어가는 요소 하나하나가 어쨌든 가설이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결정할 수 없다는 부분이 어려웠다. 애초에 최선의 뷰는 지금 나올 수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밀고 나갈 수 있었다.
변경된 와이어프레임에는 큼지막한 것들도 있지만 '카테고리 삭제 시 복수 선택 제한', '롱클릭으로 편집 모드로 전환' 등 세부적인 변경이 훨씬 많았다. 내가 결정을 내린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큰 변경이 아니기 때문에 수정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때문에 중간에 잘못된 것을 캐치하지 못해서 다 만든걸 한 번 더 수정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기도 했다. 모두에게 공유된 사항임에도 끊임없이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PM이 일일이 다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이 변동사항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는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나부터도 개발자들이 지적해줘서 잘못된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디자인이 확정되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다시 기획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기능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1차 사용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질문지를 조금 수정했다. 콘텐츠 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정보력이 좋은 사용자들 대상으로 진행하고 싶었다. 이 사용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노트, Publy, 북저널리즘, 배민 마케터들 등을 팔로우하고 있는 인스타 친구를 정리했고 그중 한 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떤 글을 공유하는지, 전체 공개 글과 나만 보기로 공유하는 글의 차이점이 뭔지 등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는데 이 2시간이 기획적인 면을 디벨롭하는데 정말 큰 도움을 줬다. 답은 역시 사용자에게 있는 것인가.
인터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는 저장한 콘텐츠를 읽는 것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일인 건 맞지만, 읽지 않았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리딧이 나왔다고 해서 사람들이 저장한 글을 읽으러 들어올 것이냐의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콘텐츠를 저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를 어필했을 때 저장한 글을 다시 읽으러 들어올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좀 더 리딧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어필을 하고 사용층을 점차 확대해나가는 걸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유익한 콘텐츠를 의식적으로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 서비스를 어필하는 것으로 기획을 수정하였다.
'콘텐츠 얼리어답터'라는 콘텐츠 소비가 많고, 정보력이 좋은 층을 새로운 타겟으로 설정했다. 콘텐츠 정보력이 높은 3명의 사람들을 더 인터뷰했다.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두 명의 사용자도 정보력이 높은 층에 속하는데, 총 5번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자투리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자투리 시간에 리딧을 켤 수 있게 하는 것. 즉, 남는 시간에 리딧을 열어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을 우리 서비스의 목표로 잡을 수 있었다. 서비스 Value Proposition을 '유익한 콘텐츠로 나를 채울 수 있도록 습관을 만들어준다'로 설정하고 브랜드 슬로건을 '나를 채우는 똑똑한 습관'으로 정하였다.
초반부터 앱의 핵심가치와 컨셉을 정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사용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서비스의 방향이 바뀌다 보니 이 가치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한 번 더 점검해볼 수 있었다.
리딧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콘텐츠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는데 도움이 되는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해보며 2가지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사용자별로 자투리 시간이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그들이 알림을 받을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 두 번째로, 콘텐츠가 계속해서 쌓이는 리스트뷰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일주일에 한 번씩 저장한 글을 뉴스레터로 정리해서 보내주는 서비스이다.
리딧이라는 서비스는 글을 저장하고 읽기까지의 사용자 경험을 기획하고, 이 경험이 좋아서 결국 사용자들의 습관이 되게 만들어줄 서비스라고 말하며 최종 발표를 끝냈다.
발표 이후에는 각 파트별 멘토님에게 피드백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비즈니스 모델의 가격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대해 항상 궁금증이 있었어서 질문을 드렸다. 같은 성격의 서비스가 시장에서 검증되었기에 비슷하게 하고 있는 앱들이 어떻게 가격 책정을 하고 있는지 참고하는 게 좋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이미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 항상 맘속에 불편하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컨셉에서 차별화를 가져가면 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 기획파트장님이 보내줬던 링크 : [비즈니스 '컨셉'의 중요성] https://verticalplatform.kr/archives/6391
1ㅣ설득하기
"'내가 대표이사라서 내 말에 동의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 내 의견이 맞아서 동의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직급과 직책이 앞서는 순간 저 사람의 말을 거역하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느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제일 걱정되더라고요.”
예전에 마켓 컬리 김슬아 대표의 이 말을 듣고 내 경험이 생각나서 적어놨었다. 디자이너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당시, '어쨌든 PM이 최고 의사결정권자이니까.' 하면서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도 내 의견을 덜 피력했던 순간이 있었다. 뭐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그래서 우리 팀 디자이너들은 그런 생각을 안 했으면 해서, 디자인에 있어서는 의사결정권을 디자이너들에게 주겠다고 첫 회의 때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PM이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고, 내가 이전에 했던 말이 너무 섣부른 결정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의사결정권자든 뭐든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왜 나의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이 중요한 거다. 학교에서도 매번 해온 일이지만, 남이 열심히 한 결과물에 반대 의견을 내는 게 여전히 쉽지 않다.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2ㅣ팀 운영
PM이 하는 일은 기획만이 아니다. 팀 운영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팀을 꾸리기 전에는 혼자 기획만 하면 되었기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었다. 하지만, 디자이너와 개발자와 팀이 꾸려지니 그때부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개발을 잘 모르기에 개발자들과의 협업이 다소 막막하게 느껴졌다. 업무 배분이나 업무 지시를 하고 싶어도 뭐 아는 게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설명해준 와이어프레임, 기능들을 바탕으로 개발자들이 알아서 딱딱 너무 잘해주었는데, PM이 디테일한 부분까지 지시를 해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다. 모든 걸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거 같다.
디테일까지 챙기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 말이 조직장이 하나하나 다 결정하고 모두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일 디테일을 직접 챙기고 나머지 많은 일들을 끝까지 챙길 수 있는 사람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 마케터의 일-
팀 운영에 정답은 없겠지만 조직에 들어가서 현업의 팀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ㅣ협업 툴을 이용한 태스크 관리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협업 툴로 노션을 사용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남들 다 쓴다고 해서 사용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 이런 고민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대뜸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폴더들을 생성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이 방법이 우리 팀에 효율적인 방법인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점이 생기기도 했다.
툴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툴을 사용하는 이유가 없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 팀 개발자가 노션 이용의 어려움을 말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툴 설명을 하긴 했었지만, 왜 하는 줄도 모르고 하라는 대로만 하면 잘 안 쓸 만도 하다. 이 부분에서도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걸 생각이 든다.
작은 아이디어가 앱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뭐하나 쉬운게 없었다. 팀원 한 명 한 명이 자기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생각하며 마음을 다지곤 했다. PM의 자리에서 부딪치고 경험해보니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이고, 어떤 부분에서 서툰지 알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기도 했다. 경험해봐야지만 아는게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고, 얕게라도 경험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준다고 느꼈다. 14명의 소중한 리딧 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으며 나의 첫 서비스 기획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