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낭만

2025.08.05

by 이월

11시 맥북을 켜고 앉았다. 오늘의 글 주제를 보고, “우연한 낭만은 어디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졸린 눈으로 꿈뻑꿈뻑 졸았다.


오늘은 퍽 피곤한 날이다. 어제 오랜만에 글을 적으려니 마음속에서 준비되지 않아 글을 늦게 적고 잠에 들었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꼼지락 거린 다음 생각 정리를 끝낸 뒤 (혹은 마음의 준비가 끝난 뒤) 번개처럼 글을 적어냈지만 시간은 한시. 감상을 하고 답글을 달고 한 시 반. 뒤늦게 자버렸다. 내일은 병원에 일찍 가야 하는데.




위염으로 세 달을 고생했다. 병원에 들렀던 저번주, 검사 문자를 보고 아침 일찍 다시 병원에 들렀다. 살짝 졸린 몸으로 출근하듯 병원에 들러 다시 피검사를 했다. 처방받은 2주 치 위염약을 들고 출근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 봐야겠다.” 생각했다. 일찍 들어가서 글도 천천히 생각하고 써 내려가야지. 하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일을 하다가 보면 우연치 않은 열정을 만나게 된다. 오늘은 1년 차 남짓의 후배에게서 그 열정을 본다. “오늘 이 걸 끝내고 갈 거예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내일 하고 일찍 들어가자”라고 말하려다 그냥 그 열정에 이끌려 나도 오늘 끝까지 해보자 생각했다.


생각했던 방법들이 잘 안 되어 “도르마무~”라며 웃으며 Ctrl + Z를 누른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던 방법들 하나씩 명령어를 쳐 내본다. 3시간 동안 많은 삽질을 하고 8시가 다 되어 일을 끝냈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뿌듯한 마음과 동료애가 마음속에 피어난다. 요즘 내심 일과 소원해진 나를 느꼈더랬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마주친 이런 성취감과 동료애로 일이 이런 재미가 있었음을 다시 떠올린다.




비일상에서 만나는 강렬한 우연도 좋지만, 그냥 지나쳐 보내는 일상에서 만나는 이런 우연적인 감상도 좋다. 그 일반적인 일상에서의 우연이 어쩌면 낭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의 일상을 사랑하자. 나도 모르고 지나치는 일상의 낭만이 흩어져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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