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서비스의 문턱 낮추기 1
요즘 나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문제들에 새롭게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들꽃이라 착각하였으나 실은 온실 속에서 길러져 왔던 화초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정신건강 영역 중 심리 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지길 소망하며 작은 상담소를 만들었다. 문턱이 낮아진다는 말에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았다. 문턱이 낮아 쉽게 그 문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더 편한 마음으로 상담소를 찾아올 수 있다는 것. 더 편하게 심리상담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상담소가 열려 있다는 것.
며칠 전 저녁, 마음과사람으로 초대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자전거를 세워두고 창밖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처음엔 바깥을 보고 가볍게 인사를 드렸는데 그럼에도 한참 동안 자리에 머물러 계시는 걸 보고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밖으로 나갔다. “상담은 얼마예요.” 대뜸 묻는 말에 오랜 세월 스며온 술과 담배 냄새가 진하게 묻어났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 같아서 확인을 좀 하려고요. 사람들을 다 패고 싶고 다 던지고 싶어서. 지금 상담 가능한가요.” 아주 조심스레 지금은 상담 중이고, 예약제로 운영이 된다는 것을 안내하며 보내드렸다. 그럼에도, 30분 지나 그럼 지금은 가능하냐며 묻는 전화가 한 차례 더 왔다.
정신건강 영역에서 일을 하면서 내게는 본능과 직감이라는 것이 발달했다. 뭘 모르던 1년차 때 ‘분노조절장애’라는 주호소로 심리검사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검사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주먹으로 맞을 뻔한 일이 있었다. 그때 난 거의 바닥에 엎드리다시피 고개를 숙이며 환자의 기분을 맞췄고, 그는 내게 소리치며 종이컵을 던지고 갔으며, 이후 외래에서 마주쳤을 때 난 심장을 부여잡고 도망갔다. 이후 병동에서, 외래에서, 그리고 뉴스에서,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있어왔다.
그리고 철저히 배워왔다. 예측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지 말 것.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에 조금도 소홀하지 말 것. fight or flight의 상황에서 주저 말고 flight을 택할 것.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선 두 생각이 자꾸만 요동쳤다. 상담 예약이 오면 받아야 해, 말아야 해. fight or flight.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잊혀지지 않는 어제 그 뒷모습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고 또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진정 문턱이 낮아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