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한 달 살아보기
#1. 평일과 주말의 경계 - 미니양
사실 여행자에게는 평일도, 주말도 없다. 이 도시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뭘 보았고, 뭘 먹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뿐. 나 역시 그랬다. 아니 사실 지금도 일상을 살 때만큼 평일, 주말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곳에 조금 길게 머무르다 보니, 이 곳 사람들의 사이클에 조금씩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 주말이면 평소보다 더 느긋하게 지내고 싶고, 가까운 공원이라도 가서 커피 한 잔을 하거나, 책이라도 보고 싶어진다.
리스본에 와서 일요일마다 연례행사처럼 가는 곳이 있다. 바로 굴벤키안 박물관, 미술관. 일요일 오후 2시부터는 무료개방이라 금전적인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곳이다. 짧은 기간 머무는 여행자였다면 하루 잠깐 들르고 말았겠지만, 시간이 좀 있으니 여유있게 보고 싶어졌다. 첫 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갔음에도 전시를 보지 못했고, 둘째 주에는 굴벤키안 박물관과 미술관 일부를 봤다. 이번 주에는 미술관 전시와 박물관 특별전시를 보기로 했다. 2시부터니까 여유있게 1시쯤 어슬렁거리며 아파트를 나섰다. 안 가본 길도 가볼 겸 걸어가기로 하고.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하자, 그 동안 못 봤던 도시 풍경들이 펼쳐졌다. 그러자 둘 다 호기심에 점점 신이 나기 시작했다. 넓은 공원도 지나고, 저번 주에 현지인이 친절하게 알려주었던 예쁘다는 교회 Igreja Paroquial São João de Deus도 만나고, 잠깐 지나쳤던 투우장 겸 공연장인 Museu do Campo Pequeno도 만났다. 신나게 여기저기를 보다 보니, 무료입장 시간인 2시를 훌쩍 지났다. 굴벤키안 박물관 특별전시장 앞은 이미 줄이 길게 서 볼 수 없는 상황.
"오빠! 오늘도 전시 못 보겠다."
"그러게. 점심이나 먹고, 그냥 미술관이나 보고 가자."
"그래. 다음 주에 오지, 뭐."
결국 박물관을 나서 풀밭에 담요를 깔고 앉아, 도시락으로 싸간 빵과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빵 냄새에 비둘기들과 오리들이 몰려들어 빵을 사수(?)하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만족스럽고 여유로운 식사였다. 그리고 미술관 전시만 겨우 보고 돌아왔다.
다음 주에는 꼭 특별전시 봐야지!
#2. 리스본에서 가지고 다니면 좋은 것- 고래군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을 함께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푸른 잔디가 돋아난 땅 위에 널부러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이제 항상 등에 메고 다니는 가방에 작은 담요 하나를 넣어두기로 했다.
언젠가는 흐린 날도 있을 것이다. 하루에 반드시 한 번은 어두운 시각이 찾아오기도 할 거다. 누군가는 이별과 상실에 눈물흘리는 슬픈 날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상처와 아픔에 신음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분명 내가 보고 숨 쉬며 느끼는 것이 리스본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절대 그럴 리 없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가방에 담요 한 장은 넣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