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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Mar 25. 2017

[D+20] 이케아, 또 개털렸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한 달 살아보기

#1. 내 생애 두 번째 이케아 - 고래군


 몇 년 전, 한국에도 이케아IKEA가 생긴다며 많은 사람들이 들뜨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 역시 이 소식을 나에게 전하며 꽤나 흥분했더랬다.


 "외국에서만 다녔던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온대!!"


 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붙들려 광명시에 생긴 한국 이케아를, 오픈하기도 전에 회원들에게만 먼저 선보인다는 날에 찾아갔더랬다. 그것이 살면서 처음 만난 이케아였다.


 나에게 있어 이 공간의 첫인상은 뭐랄까… 상호 배타적인 두 가지 감정의 결합이라고 하면 될까? 실용적이면서 직관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세련된 인테리어 감각과 결합되어 배치된 아케이드. 그 공간을 관통하며 내가 경험하는 것은 새로운 것들이 제공하는 기쁨과 찬탄이며, 동시에 그 배후에 자리잡고 있는 자본주의적 속물성에 대한 환멸이었다.


 "오빠가 너무 예민한 거야."


 그리고 월요일인 오늘, 나는 그녀의 손을 붙들고 리스본 외곽에 위치한 이케아를 다녀왔다. 일단 의외였던 것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두리번거리는 나를 본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 때 한국이 유난히 사람이 많았던 거야. 보통은 이렇게 한산해요."


 두 번째 찾은 이곳은 한적하고 쾌적했다. 사람들은 그저 필요한 몇 가지를 찾거나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공간을 둘러보면서 문득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쩌면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현상에 대해 내가 그 때 불만스러웠던 것은, 그러니까 과거의 그 날 새롭게 열린다는 그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운 사람들 중 나도 한 명이라는 사실이 못마땅했던 것은 어쩌면, 아니 사실 그것들이 '내 것은 아니'라는 부러움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뭐랄까, 낯설지만 멋진 것들에 대한 동경과 동시에 느낄 수도 있는 '질시'라고 하면 되려나? 그러고 보면 그 때도 뭐 결국은 몇 가지 소품과 테이블을 장만해서 집에 돌아오고야 말았었더랬다.







#2. 이케아의 늪 - 미니양


 우리나라에서 북유럽 스타일이 유행하기 전, 처음 이케아를 갔을 때 정말 이런 신세계가 다 있나 싶었다. 예쁜 가구와 소품들은 둘째치고 이케아 제품들로만 이루어진 쇼룸에 반했더랬다. 살고 싶은 집, 살고 싶은 방.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꾸미고 사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사실 광명 이케아에도 갔었지만, 이미 몇 군데 다른 나라 이케아를 방문했던 터라, 처음 갔을 때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다만 가구를 사가지고 집에 올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외국의 이케아를 가면 사올 수 있는 것은 작은 소품들 위주이니까.


 리스본에서 이케아를 가볼까 했지만, 고래군이 별로 내키지 않아 가보지 않으려 했다. 그렇지만 마음이 바뀌었는지 이케아에 가자고 하는 것이다. 난 흔쾌히 오케이를 하고, 피게이라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알칸타라도 지나고, 벨렘도 지나고, 한적한 주택가도 지났지만, 아직 이케아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더라. 거의 1시간 가까이 달렸을까 한적한 곳이 나오자 저 멀리 파란 건물에 노란 간판이 보였다. 


 이케아에서 쇼룸들을 보면서 우리도 방 구조를 바꿔볼까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귀찮아서 실제로 해볼지는 의문이지만... 그림의 떡인 가구나 큰 소품들을 뒤로 하고, 캐리어 안에 들어가는 작은 소품들 위주로 쇼핑을 했다. 살 게 있을까 싶었는데, 계산 하고 돌아서서 우리는 택스 리펀드 서류를 받고 있었다. (포르투갈은 60유로 이상이면 택스 리펀을 받을 수 있다.) 어째서인지 우리나라보다 싸고 많은 종류의 소품들에 눈이 멀어 이케아의 늪에 빠져버렸다. 이런 이케아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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