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아바나
2013. 쿠바 ::: 아바나
#1. 내가 드디어 쿠바에...?? - 미니양
남미 대륙의 땅끝, 푼타 아레나스를 떠나 산티아고, 파나마를 거쳐 남미대륙을 종단한 후 쿠바에 도착했다.
막연히 너무나도 와보고 싶었던 나라, 쿠바. 쿠바를 오기 전까지 내 마음 속에 쿠바라는 나라는 언젠가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나라. 체 게바라의 이미지 때문인지 이름만 들어도 뭔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나라였다.
그런데 그런 쿠바를 드디어 내가 정말 왔다니...
너무 오랜 비행에 쿠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거의 기절한 듯 날아왔지만, 아바나 공항에 닿은 순간부터 기분이 묘했다. 과연 쿠바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까? 쿠바의 첫 얼굴은 어떨까? 세계에 몇 남지 않은 공산국가인데, 입국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수많은 생각들과 설레임, 두려움이 공존했다.
쿠바 입국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꽤나 엄격해보였던 짐검사도 나는 하지 않아도 된단다.
무사히 쿠바로의 입성. 그리고 난 택시를 타고 아바나 시내로 향했다. (로컬 버스를 타고 싶었으나, 어둠이 어스름하게 깔릴 시간이라...) 흥정을 하고 택시로 아바나 시내로 가는 길,
창 밖으로 보이는 아바나의 풍경은 언젠가 TV에서나 인터넷으로 봤던 풍경 그대로 낡은 건물과 올드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내가 쿠바에 정말 왔구나.' 실감했다.
#2. 달콤한 아바나 - 미니양
본격적인 아바나에서의 첫 날, 골목을 누비며 그저 걸었다.
맛있는 길거리 음식, 흥겨운 음악, 사교성 좋은 쿠바나들까지 정말 쿠바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귀여운(?) 사기도 당했지만... 그렇게 걷다 내가 아바나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말레꼰으로 향했다.
처음 마주한 말레꼰은 그저 신기했다. 사진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이랄까?
일행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나름의 감상에 젖어있는데, 코코넛 디저트를 파는 아저씨가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게 코코넛 디저트를 내밀었다. 난 손을 저으며 사고 싶지 않다고 말했더니, 아저씨가 그냥 먹으란다. 혼자 걷고 있는 동양인 여자애가 청승맞아보였나?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코코넛 디저트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아저씨가 준 코코넛 디저트도, 생각지 못한 친절도 참 달콤했다.
"그래! 역시 쿠바에 오길 잘했어!"
#3. 디지털 노예에서 해방되다! - 미니양
쿠바는 휴대폰 로밍도 되지 않고, 피씨를 쓰기도 힘들고, 와이파이는 꿈도 못 꾸는 곳이다. 처음에 해외로밍을 알아보다가 쿠바에서는 로밍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설마.. 정말 전화가 안되겠어? 생각했는데 정말 되지 않았다.
쿠바에 처음 도착해서는 약간 당황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어딘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온전히 바깥 세상과 단절된 느낌. 아날로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휴대폰도, 삐삐도 없었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한국에서는 할 게 없어도 습관처럼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었고, 굳이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 여과없이 접했다. 하지만 강제적이나마 할 수 없게 되었을때, 휴대폰 화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더 많은 풍경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휴대폰 배터리가 닳아버릴까 연연하지 않게 되었고, SNS나 메신저 하는 시간에 책을 읽게 되었으며, 온전히 내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딘서가 봤던, 말그대로 '디지털 노예'였던 나는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 캘리그라피 by 미니양 :::#4. 연락두절 - 고래군
공항 파업 등으로 나를 정신없게 만든 미니양이 쿠바에 들어간다는 말을 남기면서, 한동안 연락이 불가능할 거라 한다. 지도를 보니 마이애미 바로 아래에 있는 섬나라 쿠바는 로밍도 안 되고, 인터넷 사용도 힘들다고 한다. 속좁은 미국이 쿠바를 싫어해서, 미국의 이면적 지배를 받는 한국에게도 쿠바는 낯선 나라일 것이다. 뭐, 그냥 하도 멀어서 낯선 나라인 게 먼저겠지만.
우선은 좋게 생각하자.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연락하는 일로부터 자유롭게, 원래 혼자였던 것처럼 며칠 지내보는 거지 뭐. 그래 며칠뿐인데 뭘. 쿠바의 치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같은 사회주의국가인 미얀마가 여행객에게는 매우 좋은 치안을 제공하니 쿠바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런데 쿠바에 한국 대사관은 있었나? 미국 눈치 보느라 없겠지 아마도?
어쨌든 매일 해왔던 연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나니, 되려 뭔가 허전하다. 곧 익숙해질 것이다. 그러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