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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Sep 25. 2023

제2회 레드카펫 영화제-영화 <희망의 종소리>

단조롭지만 그래서 선명한 메시지

     

 2023년 9월 의정부에서 ‘제2회 레드카펫 영화제’라는 독립영화제가 열렸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영화제는, 우리가 보통 ‘인디 영화’라고도 부르는 독립영화(Independent film)를 대상으로 한다.     


 한혜인 감독의 영화 <희망의 종소리>(2022)는 한국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교사 ‘시현’(공현지 분)이 학교에서 겪는 불법촬영(도촬)과 교권침해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학생 한 명이 수업 중 ‘시현’의 신체를 휴대폰 카메라로 몰래 영상 촬영하다가 걸린다. 이 문제에 대하여 교장과 교감은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덮자고만 하고, 도와주기로 약속한 교무부장도 오래지 않아 태도를 바꾼다. 결국 ‘시현’은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차가 학교에 들어오자 학교 건물을 뛰쳐 나간다.     


 영화의 플롯은 단선적이다. 사건은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고, 장면들도 시작부터 끝을 향해 시종일관 전진에 전진만을 거듭한다. 여기에 더해 캐릭터도 평면적이다. 피해자인 ‘시현’은 분노한 표정으로 일관한다.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 등의 다른 캐릭터들도 비겁하거나 비열한 소시민적 성격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하다. 극영화가 아니라 마치 브레히트 스타일의 서사극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또 그래서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한없이 선명하고 강렬해진다. 더욱이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이 영화는 2023년 한국 사회에 대하여 매우 적절한 시의성(時宜性)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심지어 바로 그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인근에서 상영을 하기까지.     


 이 영화를 보면서 뭔가를 더하고 꾸민다고 해서 더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빼고 또 빼서 단순하게 만들면, 영화에 남아있는 나머지가 더욱 명료해지는 것이다. 적어도 이 영화 <희망의 종소리>에서는 그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다만 ‘시현’이 뛰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쫓아가며 응시하는 마지막 시퀀스를 영화 도입부에도 병치했다면, 이비지의 반복과 차이를 통해 주제가 조금 더 강조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정도는 남는다.     


※ 상영 직후 있었던 GV(Guest Visit)에 참석한 배우로부터, 감독이 현직 교사이기도 하다고 들었다. 현재 학교에서 근무 중이라서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다는 소식도 함께. 그리고 ‘시현’이 시종일관 짓고 있던 분노하는 표정은 어쩌면 감독의 페르소나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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