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Caffe Cordina>
몰타에 더 머물기로 한 김에 곳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몰타에서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은 발레타 지구이다. 발레타가 몰타의 수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평소 여행을 할 때는 발길 닿는대로 걷는 게 우리의 여행 스타일이다. 사전 공부 같은 건 꼼꼼하게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엔 어쩐 일인지 고래군이 뭔가를 알아왔다. 발레타에 엄청 오래된 카페가 있다고. 밥은 간단하게 먹더라도 커피는 꼭 챙겨마시는 편인데, 마침 유명한 카페가 있다고 하니 한 번 가볼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그 곳은 바로 <Caffe Cordina>. 1837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발레타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숍이라고 한다.
고래군이 알아오긴 했지만 카페 이름만 알고 정작 위치까지 찾아오지는 않았다. (위치도 모르는데 어떻게 가자는 거였니?) 결국 걸어 다니다가 보이면 들어가고 아님 말고 하는 마음으로 발레타 곳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런데 정처없이 걷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 '여긴 뭐야?' 하는 생각으로 지나가고 있는데 고래군이 말했다. 발레타 국립도서관 앞에 있는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 맞은편에 있던 카페를 가리키면서 말이다.
"내가 말한 카페가 바로 여기야!."
우리가 들어간 카페는 바깥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아담한 작은 카페처럼 보였다. 하지만 카페 안에 들어서자 깊숙하게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분위기는 오래된 카페스럽게 무척이나 고풍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아주 낡았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유명한 카페답게 사람이 아주 많았지만 마침 빈 자리가 생겨서 다행히 웨이팅은 하지 않고 앉을 수 있었다. 입구쪽 2인석에 자리를 잡고 뭘 먹을지 고민했다. 평소였다면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시켰겠지만, 이 날은 라떼가 땡겨서 라떼 두 잔과 파스티찌 두 개를 주문했다. 한참 걷다가 쉬어갈 겸 요기도 할 겸 고른 메뉴들이었다. 라떼는 한국에서 마시는 라떼와 비슷한 맛이었고, 파스티찌는 패스트리 빵 안에 치즈가 들어있는 몰타 전통 방식이었다. (파스티찌는 치즈 이외에도 치킨이나 다른 재료가 들어간 것도 있었다.)
우리는 간단하게 커피와 빵을 시켰지만,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가격은 약간 비쌌지만 다들 200년 가까이 된 카페에서 식사를 하거나 우리처럼 차를 마시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는지 사람들이 많았다. 구글맵을 보면 직원들이 불친절하다거나 팁을 요구한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다행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카페에 간 김에 화장실도 알뜰하게 이용해주고, 카페 내부 사진도 찍고 느긋하게 이야기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발레타 언덕을 오르내리고 골목골목을 걸어다니느라 이 날은 정말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도 아프고 피곤했었는데, 이렇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쉴 수 있어서 좋았다.
- Caffe Cordina
244 Republic, Il-Belt Valletta VLT 1114 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