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웨스틴조선 서울>
나는 여행을 많이 다니기 때문에 해외에 있는 호텔에서 머물 기회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탓에 서울에서는 호텔에서 머물거나 잠을 잘 일이 거의 없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몇 년 전 기분 전환을 위해 강남 한복판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서 호캉스를 즐겨본 적을 있지만. 이번에 해외에서 온 친구찬스(?)로 <웨스턴 조선>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다.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위치한 이 호텔은 서울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곳이다. 오며가며 지나가보기만 했지, 이 호텔에서 잠을 잘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웨스턴 조선>은 플라자 호텔처럼 시청역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지하도를 나오면 바로 앞에 위치해서 찾아가기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다동이나 북창동 먹자골목, 명동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어 조용하게 머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웨스턴 조선>은 최초의 아이스크림’, ‘최초의 엘리베이터’, ‘최초의 댄스파티’ 등 서구 문화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곳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호텔이라고 한다. 이런 역사가 긴 호텔에 들어가볼 수 있다니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호텔로 들어갔다. 로비에 들어서니 오랜 역사와 어울리는 차분한 분위기의 조명과 인테리어가 맞이해주었다. 왠지 '조선호텔'이라는 이름이랑 잘 어울리는 분위기랄까? 이런 로비 분위기는 객실에서도 이어졌는데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편안하게 머물 수 있을 것 같았다.
호텔 시설은 다른 호텔들과 특별하게 다르다고 느낄만한 것은 없었지만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어메니티는 기본적인 것들만 구비되어 있었고, 다만 칫솔, 치약은 없어서 따로 구매를 해야했다. 그리고 음료는 캡슐 커피머신과 각종 차 티백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가장 좋았던 것은 와인을 할 수 있는 와인잔과 와인오프너가 함께 구비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일부 호텔의 경우 요청을 해야 가져다주는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침구류였는데, 호텔의 일반적인 침구류와는 다르게 촉감이 좋았다. 덕분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와인 때문인지 침구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편안하게 잘 잤다.)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서 와인을 한 잔 하면서 쌓였던 회포를 풀었다. 호텔의 낯섦과 서울의 익숙함을 오가며 즐겁고 편안한 밤 시간을 보냈다. 여행이 아니라서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긴 했지만, 친구 덕분에 <웨스턴 조선>에서 머물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 웨스틴조선 서울
서울 중구 소공로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