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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언제 출발해요?

나이로비에서 워킹 사파리 하러 가기 - ①

by 미니고래

마사이마라 사파리 투어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후에는 맛있는 케냐 커피를 찾아다니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하면서 나이로비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어느 정도 시내 분위기라든가 도시 시스템에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이 도시에 온 첫 날 현지인들이 바글바글한 시장에 내 던져졌을 때(누가 내던진 적은 없다. 스스로 길을 잘못 들어간 것이지.) 잔뜩 긴장한 채로 급하게 걸어다녔다면, 이제는 어깨를 좀 펴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다닐 수 있는 정도는 된 것이다.


조금씩 익숙해져 가니, 비록 사파리 투어는 포기했더라도 넓은 초원과 동물들의 모습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금 슬슬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이로비에서 1시간 반쯤 떨어진 나이바샤에 있는 <생츄어리 팜(Sanctuary Farm)>에 가서 워킹 사파리를 해보기로 했다. <생츄어리 팜>은 나이바샤 호수 인근의 넓은 초원에 외부의 침입과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구역을 마련해두고 초식동물들을 풀어놓은 곳이다. 그리고 '워킹 사파리'는 차량에 타는 게 아니라 거기를 직접 두 발로 걸어다니면서 여러 초식 동물들을 직접 보는 것을 말한다. 일단 지프차를 타지 않다 보니 배기가스를 배출한다든가 하는 환경문제를 만들지도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초식동물들을 두 발로 걸어다니면서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동물들이 사는 곳에 조심스럽게 찾아가서 살짝 엿보고 오는 기분으로 나이바샤에 가보기로 했다.


나이로비에서 나이바샤에 가려면 '마타투'(나이로비 버스의 일종)를 이용해서 가든지 우버 볼트나 택시를 불러서 가는 방법이 있었다. 먼저 마타투는 금액이 저렴하다. 따로 흥정을 하지 않아도 저렴한 편이지만, 잘만 흥정하고 발품을 팔면 좀더 싼 가격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반면에 차량에 손님이 가득 차기 전에는 출발을 할 수가 없어서 나이바샤에 언제 도착할지 알 수가 없다. 거기다 나이바샤 시내에 도착해서도 다시 동물들이 있는 초원까지 우버나 볼트 등을 이용해서 한 번 더 이동을 해야 한다. 반면 나이로비에서부터 우버나 택시를 타면 숙소 앞에서부터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안하게 갈 수 있지만, 그 편리함만큼이나 요금이 비싸다.



나이로비는 볼트나 우버, 그랩 등 공유차량 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 데다가 요금도 싸서 무척이나 애용했더랬다. 그리고 당일치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과 동선을 생각하면 우버를 선택하는 게 좋긴 하겠지만 어쩐지 선뜻 그렇게 가기엔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여기에서 여러 날 머물다 보니 이 동네 물가 수준에 차츰 적응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나이로비 여행도 슬슬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차에, 그동안 좀처럼 마타투를 탈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마타투를 타고 나이바샤에 가보기로 했다. 나이바샤로 가는 마타투 정류장은 따로 있지는 않았다. 대신 버스회사 사무실이 모여있는 구역에 찾아가서 그 근처를 배회하면서 차량 지붕 위에 있는 행선지를 보고 해당 버스회사 직원을 찾아서 이야기를 하면 버스티켓을 끊어준다. 버스회사들은 River Rd 인근에 모여있어서 이 쪽으로 가면 나이로비를 오가는 여러 행선지가 적힌 마타투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나이바샤행 다이렉트 버스를 운행하는 적당한 버스회사를 찾았고, 버스 티켓(300실링)을 끊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른 아침에 그래도 일찌감치 나이바샤행 버스를 찾았고 또 무사히 티켓도 끊었으니 이제 목적지까지 가기만 하면 되는구나 하고 마음을 놓고는 챙겨온 마카다미아를 먹으며 창밖의 거리 풍경을 구경했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마타투는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승객이 꽉 차야 출발하는 마타투이기에, 언제 올지 모르는 나이바샤행 승객을 마냥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거의 1시간쯤 기다렸을까? 버스회사 직원이 내내 큰소리로 호객을 했지만 그 이상의 승객은 오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버스 티켓을 환불받고는 다른 버스를 찾아보기로 했다.



마타투는 포기해야 하려나? 나이바샤에 가는 걸 포기해야 하려나? 생각하던 중. 버스회사 직원인지 아니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호객꾼이나 가이드인지 알 수 없는, 형광조끼를 입은 어떤 아저씨가 우리를 부른다. 그리고는 우리를 데리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다른 나이바샤행 마타투를 찾아주었다. (마타투를 찾아준 아저씨가 고마워 팁을 주려 생각하던 차에, 아저씨가 먼저 팁을 달라고 하길래 50실링을 드렸다.) 새로 찾아준 마타투는 티켓요금이 먼젓번보다 더 비쌌지만(500실링), 그래도 이미 사람이 거의 다 차 있는 상태여서 머지 않아 곧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15분쯤 기다리자 비로소 우리는 나이바샤로 출발할 수 있었다. 드디어 간다!


2편에 계속





- 나이로비 → 나이바샤 마타투 요금

(버스회사에 따라 요금이 다름)


2NK Sacoo

Gaborone Rd, Nairobi City, 케냐

: 1인당 300실링



Satima Sacoo (아래 주소는 다른 버스회사 주소인데 탑승 위치는 비슷)

PR8J+36M, River Rd, Nairobi, 케냐

1인당 500실링



- 웨스트랜드 출발 기준 → 생츄어리 팜까지 우버 요금

어플에 따라 다르지만 약 30,000-50,000실링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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