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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타국에서 찾은 편안함

케냐 나이로비 <커넥트 커피 로스터스>

by 미니고래

나와 케냐의 가장 큰 연결고리는 다름아닌 '커피'였다. 커피 애호가에게 매우 유명하고 사랑받는 커피 품종 중 하나가 바로 '케냐 AA'인데, 나이로비를 여행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 원두를 생산지에서 직접 마셔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스프링 밸리> 카페에서 케냐의 커피를 만족스럽게 마시고 원두까지도 구입하고 났더니, 맛있는 커피에 대한 욕심이 사그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커지기만 했다.


검색 끝에 몇 군데 로스터리 카페를 더 찾았다. 너무 멀거나 교통편이 좋지 못한 곳들은 제외하고 나서 이번에 방문해 본 카페는 <커넥트 커피 로스터스(Connect Coffee Roasters)>.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정도라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 눈을 떴지만, 맛있는 커피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않은 채로 숙소를 나서서 카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만 지도 상으로는 큰 도로를 따라 조금 걸어가서 길만 건너면 금방 카페에 다다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길 위에 직접 나서고 보니 조금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큰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큰길'을 건널 방법이 마땅치가 않았던 것이다.(분명 지도에서는 길을 건널 수 있다고 표시 되어 있었다.) 머리 위로 고가도로(익스프레스 웨이)도 함께 지나가고 있는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야 했는데,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 정작 횡단보도 따위는 눈을 찾고 봐도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건너야 할까?', '그냥 우버를 불러서 갈까?' 하면서 도로 앞에서 막막해 하고 있는데, 현지인들이 도로를 건너는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건너나 유심히 관찰해 봤더니, 별다른 스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차가 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냅다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 잽싸게 도로를 건넜다.



현지인의 방식을 따른 덕분에 무사히 카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페는 높은 빌딩 1층에 있었는데, 빌딩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는 가드들도 카페 직원들도 환한 얼굴로 인사해 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카페의 첫인상은 공간감, 즉 인테리어에서 느낄 수밖에 없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널찍한 공간에 유리 통창(주차장 뷰인 것이 아쉽긴 했지만)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커넥트 커피 로스터스>에는 원두가 두 가지 블렌딩으로 준비되어 있었으며, 커피 메뉴를 주문하면서 원두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커피 원두 블렌딩의 이름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고전적이면서도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작명이었다. 각각의 테이스팅 노트는, '로미오'는 미디엄 다크로스팅에 블랙베리, 메이플시럽, 초콜릿이었고, '줄리엣'은 미디엄 로스팅에 스트로베리, 티 로즈, 그레이프이다. 커피 메뉴 이외에도 베이커리와 식사 메뉴도 함께 구비되어 있었는데, 베이커리 메뉴에는 'KOREAN'이라는 카테고리도 있어서 뭔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커넥트 커피 로스터스>는 한국 사업가가 케냐에 설립한 카페였다.



우리는 롱블랙(300실링)을 줄리엣 원두로, 그리고 이곳의 추천 커피였던 카페 킬리만자로(400실링)를 로미오 원두로 주문을 했다.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서서 간식 타임이었으니 마들렌(200실링)도 하나 추가했다. 주문한 메뉴가 준비될 동안 잠시 카페 내부를 둘러보면서 구경했는데, 커피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긴 내용, 커피 열매에서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의 각 단계별 원두의 모습도 전시되어 있었다. 마치 작은 커피 박물관 느낌이랄까? 카페를 쓱 둘러보고 자리에 앉으니 주문한 음료와 베이커리도 준비되었다. 롱블랙은 원두의 특성이 잘 나타나 산미와 감미가 잘 어우러진 부드러운 맛이었고, 카페 킬리만자로는 산미가 적은 원두에 우유와 달콤한 크림이 어우러진 메뉴였다. 둘 다 아주 만족스러운 커피였고 함께 주문한 마들렌도 아주 맛이 있었다.



향긋한 커피와 맛있는 베이커리에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오전의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에 매우 좋았다. 집 근처에 있다면 책 한 권을 들고 시간을 보내러 자주 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는 너무 먼 케냐에 있다는 점이 그만큼 아쉬웠지만, 반대로 머나먼 케냐에서 이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카페에서 나오는 길, 내 손에는 어느 새 원두 한 봉지(250g 900실링)가 고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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