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나이로비 <After 40 Hotel>
처음 생각했던 일정은 나이로비에서의 첫 숙소인 <Best Western Meridian Hotel>에서 이틀을 지내고 나서 바로 탄자니아의 모시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https://brunch.co.kr/@minigorae/763)하지만 지내다 보니 나이로비에서 조금 더 머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하루를 더 머물기로 계획을 수정하고 근처 호텔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1박에 10만 원 가까이하는 호텔에 더 있기엔 좀 부담스러웠고, 어느 정도 나이로비 분위기에 적응도 했으니 다른 호텔로 옮겨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머물 곳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보니 <Best Western Meridian Hotel>에서 가까운 것이 좋겠다 싶었고, 기왕이면 나이로비에서 모시로 넘어가는 여행사가 가까이에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숙소는 나이로비에 있는 <After 40 Hotel>이다.
이 호텔도 웹사이트의 호텔 소개 사진은 엄청 고급진 느낌이었으나 실제로는 시설이 꽤 낡은 곳이었다. 처음 방에 들어갔을 때 예전에 유럽 어느 도시에서인가 묵었던 낡은 호텔이 생각나기도 해서 조금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낡은 시설이긴 했어도 12시쯤 이른 체크인을 해주었고(원래는 오후 2시 체크인), 가격도 1박에 6만 원 정도였으니 그 정도에 만족하기로 했다.(냉장고 없음, 어메니티는 있음) 방은 더블침대 하나만으로 가득 찰 정도로 작았지만 욕실은 또 그렇게까지 좁지는 않았다. 그리고 <Best Western Meridian Hotel>에서 묵었던 방과는 다르게 바깥으로 나이로비 시내가 훤히 보이는 전망이라서 탁 트인 기분이 들었다.
짐을 대충 풀고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큰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하늘을 구경했다. 멍 때리는 시간이 좀 지나자 배가 고파졌고, 따라서 뭐라도 먹으러 나가야 했지만 귀찮아져서 이번에는 배달을 시켜보기로 했다. 배달 어플을 만지작거리며 뭐가 적당할지 찾았고, 근처에 있는 평점이 꽤 높은 식당에서 든든한 탄수화물 식단으로 주문을 했다. 음식은 가드가 지켜주고 있는 입구 안쪽의 1층 로비에서 배달원을 만나 음식을 받아 들고 올라오면 되는데, 어플에 뜨는 배달원의 이름을 잘 기억해뒀다가 이름을 확인하면서 배달품을 받으면 된다. 방에 돌아와 음식을 먹으려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비가 쏟아졌다. 한 달 평균 강수일이 6일이라고 하니 비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나이로비는 건기의 끝자락이어서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조금 내리다가 그치려니 했지만, 점점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거센 돌풍을 동반한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하고 길거리 사람들은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조용해진 거리에 쏟아지는 세찬 빗소리를 음악삼아 들으며 저녁식사를 했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배달 음식을 선택한 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며 뿌듯해했다. 조용히 빗소리와 함께 보낸 그날 밤이 지나고 다음날 나이로비에서 모시(Moshi)로 넘어가기로 했다. 모시까지는 거의 하루 종일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 될 거라서 든든하게 호텔 조식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눈을 떠 식사를 하러 갔다. 레스토랑은 꼭대기층에 있었고, 호텔 규모와 비슷하게 아담한 크기였다. 앞서 머물렀던 호텔에 비해 메뉴는 많이 단출했지만 그래도 아침으로 먹기엔 충분했다. 창 밖으로는 새벽부터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과 활기찬 시장의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레스토랑을 나오는데, 호텔직원이 조식이 포함되지 않는 예약이라고 따로 계산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분명 우리 앞에 먼저 식사를 마치고 나간 외국인들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일단 확인해 보겠다고 하고 방으로 돌아와 예약확인서를 들여다보니 조식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예약사이트에서 겨우 찾았지만 조식 불포함. '먹기 전에 알려주지, 체크인 할 때 알려주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연히 조식이 포함됐을 거라고 생각한 우리의 착각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체크아웃 할 때 조식요금으로 1인당 1,800실링씩 추가로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조식요금 따위 알고 싶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Best Western Meridian Hotel>과 같은 숙박 비용이 되어버린 아쉬운 상황.
그래도 잘 먹었음 됐지, 뭐!!!!!!!!!!!!
- After 40 Hotel
PR89+QM 나이로비 케냐
- Kilimanjaro Jamia, Kimathi Street (배달음식)
Kimathi St, Nairobi, 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