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나이로비 <Barista & Co.>
꼭 그래야 한다고 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케냐에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이 커피를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케냐 사람들은 커피보다는 홍차를 더 많이 마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케냐 홍차가 꽤 유명하다고 하며, 그 말이 진짜인 모양인지 실제로 마셔본 케냐의 홍차는 향이나 맛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 '케냐' 하면 떠오르는 음료는 단연 '커피'였다. 비록 한 달 살기를 할 때처럼 이곳에 길게 머물렀던 것은 아니지만, 게임 드라이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사파리 투어를 포기한 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 덕분에 카페들을 여기저기 찾아다닐 수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나이로비에서 선택한 카페는 <Barista & Co.>.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2층 중앙에 오픈 카페로 되어 있어서 눈에 잘 띄는 곳이었다.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이 나이로비에서 내가 간 쇼핑몰 중 빌리지마켓과 더불어 가장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는데, 빌리지마켓이 좀 산만한 아웃렛 느낌이었다면 반면에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은 현대식 백화점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Barista & Co.>는 케냐 여느 유명한 카페들처럼 커피, 베이커리, 식사메뉴까지 갖추고 있는 곳이었다. 여기도 커피가 유명한지 자체 브랜드의 원두도 따로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300실링) 두 잔과 크로와상(350실링)을 주문했고, 가져갔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을 갔으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이것저것 열심히 보고 돌아다녀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우리의 방식은 아니니까, 우린 우리의 취향대로 속도대로 여행을 즐긴 것이다. 가져간 책을 어느 정도 읽으며 주문했던 커피를 다 마셔갈 때쯤 직원이 우리 테이블로 찾아왔다. 물을 마시겠냐는 것이었다. 커피를 마신 후에 물을 마셔주면 수분 손실을 막고 탈수를 예방하는 데에 좋다고 한다. 그 직원도 이 사실을 알고 물어본 것일 테다. 당연히 물은 추가 주문이라 계산은 따로 해야 했지만, 그래도 직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와 밝고 쾌활한 직원들 덕분에 기분 좋은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케냐에 있는 동안에는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서민적인 음식들을 먹고 나서는 외국인들이 갈 법한 비싼 카페를 찾아다니면서 커피를 마셨던 것 같다. 그래도 덕분에 나이로비에서 커피를 찾아 헤매는 즐거움과 카페에 가서 맛 좋은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을 잔뜩 느끼긴 했는데, 현지인들이 많이 마시는 홍차도 마셔보고 로컬 카페에도 가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로비에 있는 동안 왜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 했는지 조금 아쉽다. 다음에 나이로비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커피도 홍차도 더 잔뜩 마셔봐야겠다.
- Barista & Co. Westgate Shopping Mall
Westgate Shopping, 15 Mwanzi Rd, Nairobi, 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