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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에서 야무지게 지내기

탄자니아 모시의 이곳저곳

by 미니고래

비록 킬리만자로산을 볼 수는 없었지만, 여행자로서 낯선 나라의 작은 동네를 둘러보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일이었다. 모시(Moshi)는 우리나라 옛날 시골 마을 같아서, 시끌벅적한 시장도 서고, 이런저런 상점이나 카페들도 있어서 걸어 다니기만 해도 충분히 즐거운 곳이었다. 그렇지만 모시에 들르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투어를 위해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모양이다. 호스텔 직원도, 길을 가다 말을 거는 현지인들도 전부 우리에게 모시에서 뭘 할 거냐고 물어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킬리만자로산을 보고 유니온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 말고는 정말이지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쉴 거라는 대답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의 대답이 현지인들에게는 당황스러운 것이었나 보다. 다른 여행자들처럼 아루샤로 이동해서 세렝게티 게임 드라이브를 다녀오거나, 근처에 있는 온천에 간다거나, 응고롱고 분화구를 보러 간다거나 할 줄 알았겠지 싶다. 뭐,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모시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즐겁게 보냈는데 말이다.



모시에서 짧은 시간을 머무르며 나름 맛있는 식당도 찾았고, 슈퍼마켓에도 몇 번이고 들렀고, 대부분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바람에 하루에 몇 번이나 환전소를 들랄날락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첫날 너무 피곤해서 멀리 가기도 싫고 해서 숙소 길 건너에 간판이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연히 가게 되었던 <타지마할(Taj Mahal)>이라는 식당도 꽤 인상적이었다. 사실 아무 정보도 없이 숙소를 찾아 길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뭔가를 굽고 있구나 했다가, 고생 끝에 찾아낸 숙소가 바로 길 건너에 있었던 덕분에 이 식당의 존재를 까먹지 않은 덕분에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 갔을 땐 너무 지쳐 있어서 메뉴판도 보지 않고, 식당 앞 길가 석쇠에서 굽고 있는 음식을 그 자리에서 주문해서 포장한 다음 숙소로 돌아갔다. 다 먹고 나서 나중에 알고 보니, 가게 이름이 <타지마할>이고 인도 음식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기도 했다. 가게에서 사온 닭꼬치(1,000 탄자니아 실링)와 로티(종류에 따라 1,000~2,000 탄자니아 실링)는 정말이지 맛있었고, 덕분에 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저녁 탄자니아 맥주와 함께 여기 음식을 포장해서 먹게 되었다. (어쩐지 인도에서 먹었던 것보다 여기가 더 맛있었던 것도 같다.) 특히 위치가 <위 트래블 호스텔(We Travel Hostel)> 바로 맞은편이라서, 수시로 편하게 오며 가며 사다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애용하게 되었다.


식사로 먹을 음식은 구했다면, 이제는 맥주와 간식거리들을 살 차례. <타지마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슈퍼마켓인 <라피키 슈퍼마켓(Rafiki Mini Supermarket)>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아주 작아 보여도,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규모가 컸던 그곳은, 제품마다 가격표가 다 붙어있어서 스와힐리어를 하나도 몰라도 이것저것 구매하기가 참 편했다. 맥주는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가격은 똑같아서, 기왕이면 냉장고에 들어가 있던 시원한 맥주를 사게 되었다. 맥주를 구입한 이후에도 출출할 때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면 몇 번이고 이 슈퍼마켓을 찾았더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슈퍼 체인처럼 모시에 여러 개 지점이 있는 슈퍼마켓이었다. 어쩐지 계산하는 직원이 유니폼을 입고 있더라니.)



마지막으로 우리가 모시에서 자주 간 곳이 하나 더 있는데, 그곳은 바로 환전소였다. 첫날 숙박비 결제를 위해 숙소 옆 환전소를 찾아갔지만 하필 그곳은 주말 동안은 문을 닫는 곳이었고, 나중에 모시 시내를 걸어 다니다가 문을 열고 영업하는 곳을 발견한 것이다. 여기 이름은 <올 시즌 환전소(All Season Bureau De Change)>인데, 환전소는 주말 내내 문이 열려있던 덕분에, 우리는 환전을 위해 수 차례 이곳을 찾아가게 되었다. 탄자니아에서는 트래블월렛 카드는 전혀 쓸 수 없고, 애초에 대부분 현금 결제를 해야 하는 곳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탄자니아 실링을 많이 환전했다가 나중에 다시 재환전하는 것도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나중에 보니 나망가 국경에서 재환전할 수는 있었다.) '조금씩 쓸 만큼만 환전하자.'라는 생각으로 소액을 환전하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생각보다 탄자니아에서 지출을 꽤 많이 하는 바람에 정말이지 수시로 이 환전소를 찾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환전소 앞을 지키는 가드와 창구 직원도 나중에는 우리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이 환전소 덕분에 모시에서 주말 동안 편하게 환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고 보니 현지인들이 '머니 익스체인지'나 '커런시 익스체인지' 같은 말을 전혀 못 알아들어서 환전소를 찾을 때 고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에서는 '뷰러 체인지'라는 말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모시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머물면서, 유명한 관광지에 가지 않았고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작은 동네를 걷고 커피를 마시고,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풍경을 만나는 일이 즐거웠다. 아마 방콕의 카오산로드만큼만 서울에서 가기 편한 곳이었다면, 일상에 지쳐 조용히 지내고 싶을 때마다 모시에 찾아가고 싶어졌을지도 모르겠다.



- 타지마할(Taj Mahal)

Mawenzi Rd, 탄자니아 (Kindoroko Hotel 1층)


- 라피키 슈퍼마켓(Rafiki Mini Supermarket)

J8WR+49Q, Mawenzi Rd, 탄자니아


- 올 시즌 환전소(All Season Bureau De Change)

Mawenzi, Kilimanjaro, Plot No. MSH-2-15 H MANKINGA Street, 탄자니아 (이 주소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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