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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선비 Jun 27. 2020

사진을 가끔 꺼내어 보자

지난 주말 어머니는 거실 한 켠 서랍장에서 오래된 앨범을 꺼내보셨다. 앨범 속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과 자식의 어린 시절을 보며 옆에 두런두런 앉은 자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가 내 초등학교 졸업 이후 사진이 어딨는지 물으셨다. 인화한 사진은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사진을 주로 핸드폰과 디지털카메라로 찍었기 때문이다.


인화를 그때그때 하지 않아서 사실 중, 고등학교 사진은 이미 고장 난 핸드폰과 운명을 함께 했고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지금 있는 사진이라도 잘 보관하기 위해서 그동안 쌓아둔 사진 파일을 하나씩 들춰보기 시작했다.


스무 살 때부터 사진은 어느 정도 남아있었다. 주말 아침 그 사진을 보고 있으니, 가끔 옛 사진을 꺼내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사진은 우리의 추억을 상기시켜준다. 사진은 그 시간, 그 장소,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그 옛날의 추억을 상기시켜준다. 가끔 앞만 보고 내 달리다 보며, 내가 가진 것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사진을 본다면 내게 그 수많은 추억이 보물처럼 쌓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본다고 현실이 변한 것은 없지만, 추억이 선명해지면서 내가 지나온 삶의 시간 자체가 값져서 지금도 값지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나는 갑자기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된다.


그리고 사진은 현재를 힘차게 살아나갈 힘을 준다. 과거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좋은 감정이 대부분 생겨나지만 그 한편에 아쉬움이 자리 잡게 된다. 보통은 그때 좀 더 재미있게 놀 걸,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타인을 바라볼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그 마음은 다시 현재로 향한다. 지금부터 더 재미있게 놀고 사람과 폭넓게 관계하고 타인을 너그럽게 봐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사진첩을 가끔 꺼내어 볼 필요가 있다. 사진첩은 현실의 허전함을 채워주며, 과거의 아쉬움에 반추해 현실을 더 오롯이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어서 사진 정리를 좀 더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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