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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선비 Dec 24. 2023

인색과 궁색과 검소 사이

소비에 대한 생각

*정의
인색: 재물을 아끼는 태도가 몹시 지나침
궁색: 아주 가난함
검소: 사치하지 않고 꾸밈없이 수수함
(출처: 네이버 사전)


지금의 소비태도를 만들어 준 문장이 하나 있었다. '자신에게 아끼면 검소한 것이고, 남에게 아끼면 인색한 것이다.' 10년 전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좋은 소비에 관해 이리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주어서 놀랐다. 해당 문장을 마음속에 품고 앞으로 소비는 위 문장에 비추어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쉽지만 문장대로 모든 순간에서 소비를 하고 있지는 못하다. 


적어도 지난 10년을 되돌아보았을 때 타인에게 항상 베풀었는지 모르겠지만, 소비 관점에서 스스로에게는 검소했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시켰다. 택시를 최대한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옷과 같은 재화를 사야 할 때는 저렴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것을 찾았고, 결제할 때는 가장 많은 할인을 받는 방법이 무엇일지 궁리했다. 그래서 한 번의 소비에 시간이 많이 들었다. 가끔은 이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던 적도 많았다.


사실 지금의 시대는 소비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소비의 대상은 먹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소유한 물건이 어떤 브랜드 상품인지를 의미한다. 짧은 예시를 들면 아이폰을 사용하면 힙하고 트렌드해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스로에게 검소했지만, 소비로 자신을 나타내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가끔 내 검소함이 온당한 것인지 헷갈렸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기준 하나를 더 넣었다. 내게 검소한 것은 좋지만 너무 검소하여 궁색하지 않기로 했다. 소비에 대한 고민은 소비가 나를 더 행복하게, 의미 있는 삶으로 이끌기를 바라며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얼마의 돈을 아끼기 위해서 고민하는 모습이, 막상 저렴하게 소비하고 구매한 재화에 대해 아쉬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과 거리가 있다고 느껴졌다. 낭비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에 너무 아끼지 않기로 했다. 마침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때가 내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벌기 시작한 때와 맞닿아있었다.


명품은 아니지만, 스스로 판단하기에 품질이 좋고 디자인이 예쁜 재화를 신중하게 골라서 구매한 뒤 오래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결제하는 단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 알아본 뒤 할인으로 돈을 아끼는 것은 중요하지만 필요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할인받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자제하기로 했다. 이 기준으로 내가 받는 시급의 가치를 생각해서 판단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 '자신에게는 검소하게 소비하되, 궁색하지 않게 하며, 남에게는 인색하지 않게 한다'라는 소비태도를 갖추게 되었다. 나에 대한 소비태도는 시간과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립되었지만, 남에게 인색하지 않는다는 소비태도는 좀 더 연습이 필요한 상태이다. 소비할 때 해당 태도를 생각을 하며 남에게 베풀려고 생각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재빠르게 주고받은 것에 대해, 이익과 손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더군다나 당장에 베풀지 않아 아낄 수 있는 돈을 생각하면, '견물생심'은 본능인지 아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최근에 가족과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돈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강해졌다. 돈은 분명 첫째로 생존을 위해 필요하고, 둘째로 궁색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앞의 두 조건이 충족된다면, 돈은 셋째로 인생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돈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남에게 베풀 때 약간의 망설임이 생기는 나이지만, 돈은 수단이라는 생각과 소비에 대해 정립한 스스로의 가치관을 몸으로 완전히 체득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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