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아요.

구르지 않아야만 끼죠.

by 끼리

저 속담을 언제 알게 되었으려나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처음 든 생각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이끼가 끼지 않는 게 좋은 건가?


내가 만약 돌이라면,
구르는 돌은 생각도 안 하고
망설이지 않고 구르지 않는 쪽을 선택했을 텐데,

야속한 속담은 구르라고만 한다.
어려서부터도 구르고 굴러 여기까지 왔는데
세상에선 구르지 않으면 입에 풀칠도 못할 판이다.


어려서부터
구르는 생을 미리 예견했던 것일까?
이젠 그만 구르고 싶다.

내 자리에 10년이고, 100년이고 앉아
해가 뜨면 낮이 오고, 해가 지면 밤이 오고
오는 사람 맞이하고, 가는 사람 보내주며
그냥 있고 싶다.


그렇게
그냥 있다가
볕도 쐬고, 비도 맞고
바람에 마르기도 하고 하면서
평생 붙어있을 이끼도 만나면 좋겠다.

그러면 이 모든 걸 같이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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