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초연 Feb 13. 2020

간헐적 우울을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

어떤 날은 잘 살 수 있다가도 어떤 날은 죽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어떤 날에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또 어떤 날에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 매 순간 오르내리는 감정은 마치 우기를 지나는 동남쪽 어느 나라와도 비슷한 모양새다. 친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난데없이 슬퍼져 엉엉 울어 버린다거나, 볕 좋은 아침에 상쾌하게 눈 뜨자마자 콱 죽어버리고 싶다거나, 뭐 그런 것들.


어제는 기쁨, 오늘은 슬픔

쉽게 종잡을 수 없는 이 마음에 나는 '간헐적 우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이 마음을 찬찬히 살펴보자 의외로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흔하디 흔한 마음이었다.

가령 회사에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명랑하게 지내다가도, 집에만 돌아오면 무기력하게 침대에만 누워 있다거나, 사람 만나는 일이 버거워 약속을 취소한 적이 잦을 때, 뜬금없이 사람과의 연락이 버거워질 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자꾸만 묻게 될 때, 쉬는 동안 누군가 나를 죽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 몇 년 혹은 몇 달 전의 안 좋은 기억이 난데없이 떠올라 그냥 사라지고 싶을 때. 우리는 간헐적 우울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간헐적 우울을 계절처럼 맞이하는 나는 이미 얕은 우울에 빠진 나를 빼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신경정신과 7년, 공황장애, 자살시도, 도피성 해외여행 1년 반까지 지난 10여 년 간 크고 작은 우울이 나를 잠식한 이력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간헐적 우울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방법 1.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만나자


다행히 간헐적 우울은 혼자서도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 간헐적 우울을 설명하는 '어떤 날은 잘 살 수 있다가도, 어떤 날은 콱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날은 잘 살 수 있다가도'의 마음이다. 우리는 이미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 다시 잘 살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우선 갑자기 잘 살 수 없도록 만든 원인을 파악한다. 이별, 턱 없는 연봉 협상, 후폭풍, 친구/가족과의 트러블, 낮은 자존감 등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여기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해결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내버려 둔다.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아, 어쩔 수 없지.’이라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자. 다시 말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다. 어쩔 수 없다.

방법 2.
어제의 나를 이기는 운동을 하자


운동은 간헐적 우울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필라테스, 요가와 같은 정적인 운동도 좋지만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운동이 좋다. '10km 러닝 완주하기', '러닝머신 40분 뛰기'라거나 '하체 3세트 하기'처럼 목표를 잡고, 하나씩 달성하다 보면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무자비하다는 간헐적 우울 특성상 러닝을 뛰는 동안 침범할 수 있으니, 생각 따위는 되도록 할 수 없을 만큼 강도 높은 운동을 추천한다.


그런 까닭에 최근 주목하는 운동은 '크로스핏'이다. 크로스핏은 매일 정해진 와드를 목표에 따라 해내는 것인데, 킥복싱, 안나푸르나 등반, 국토대장정을 섭렵한 나에게도 꽤나 버거운 운동이었다. 하지만 크로스핏이 좋은 이유는 분명히 있다. 바로 넘치는 에너지다.


커다란 음악, 강도 높은 와드, 중간중간 사람들의 응원소리 들으며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땀에 흠뻑 젖어 헉헉 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운동을 끝내고 박싱 밖을 삐걱거리면서 나오면, 간헐적 우울이고 나발이고 그냥 집에 가서 드러눕고 싶어 질 것이다.

방법 3.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자


쓰레기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정말 쓰레기와 인간쓰레기. 진짜 쓰레기는 청소로 해결하면 된다. 청소가 싫은 나와 같은 부류는 청소 도우미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평 오피스텔 기준 5만 원이 되지 않는 가격으로 새 집으로 만들어주는 세상이다. 회사에 가 있는 동안 비밀번호만 알려주면 알아서 청소를 해주시니, 기분 전환으로 이보다 가성비 넘치는 방법이 또 없는 듯싶다.


그다음은 인간쓰레기. 진짜 쓰레기는 5만 원에 해결이 되지만 인간쓰레기는 스스로의 몫이다. 나와의 약속을 소홀히 여긴다거나, 나를 하찮게 대하는 부류,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인간,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소모하는 인간은 망설이지 말고 인간 쓰레기통에 버리자.


아울러 인간관계에서 '시간'과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 유념하자. 내게 유해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을 같이 했다 한들, 유해한 시간만 유예할 뿐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하도록 하자.

이렇게 그럭저럭 살아내는 시간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언젠간 간헐적 우울의 시기가 점처럼 보이는 날이 오지않을까. 내가 그렇게 견뎌내고 있듯, 당신들의 오늘도 적당히 안녕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 간헐적 우울에서도 어떻게든 잘 견뎌내기를.



* 간헐적 우울과 우울증은 굉장히 결이 다르다. 우울증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우울감에 잠식된 상태이니, 반드시 신경정신과에 방문, 적절한 치료를 받길 권장한다. 이 글은 일상생활에는 무리가 없지만, 혼자의 시간에 가끔 지옥문을 두드렸다 돌아오는 사람을 위한 글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은 사람의 몫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