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5년 차. 이젠 삶에서 접하는 여러 현상이 저절로 분석이 된다. 결단을 내릴 때 결단을 내릴 줄 알게 되었고 나를 둘러싼 갖가지 이슈들을 확률과 통계학에 기반을 두고 바라보게 되었다. 심지어 내가 어떨 때 어떤 감정을 가질지, 어떤 감정에서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조차 제어한다. What a Fucking Business man! 성장이란 이런거구나!
하지만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지는 게 과연 옳은 걸까? 삶의 모든 부분을 정책과 알고리즘으로 풀어내려는 태도가 옳은 걸까? 사랑도 알고리즘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이젠 사람을 대할 때도 패시브 스킬처럼 손익을 따지게 되고 만남의 시간 대비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떠올린다. 비즈니스적으로 볼 땐 참으로 옳은 태도이다. 아마 나에게 투자자가 있었다면 이런 태도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으리라. 세상을 수치화된 가치와 시간으로 바라보고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레버리지 점수를 매겨가며 행동하는 건 시간은 제한적이며 체력은 호모사피엔스의 한계에 기반한 경영자에겐 필수적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일까. 난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 만남에 있어서 가치를 따지게 되고 누군가와 만날 때도 계산을 하게 되더라. 연애할 때조차도 분석을 통해 이성적인 정책과 솔루션을 도입해내는 나를 보면서 어쩌면 나는 상처받기 싫어서 프레임워크에 나를 가둬두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젠 바뀌려 한다. 나하고 약속을 했다. 비즈니스를 떠난 만남은 계산하지 말자고. 주말엔 피곤해도 햇빛을 받으며 길을 걷자고. 비즈니스 책을 읽는 시간의 반의반 만큼은 나를 위한 책을 읽자고. 누군가 주말에 나의 시간을 채워놓은 것을 감사히 생각하자고. 나를 더 사랑해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더 익숙해지자고. 일을 마치고 누군가를 만나기 전엔 꼭 30분 이상 발라드를 듣자고. 결혼과 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도 않고 비혼이니 뭐니 떠들지 말자고. 그리고 더치페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압도적으로 돈을 많이 벌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