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났다. 11월까지 이어진 수능 시험에 대한 긴장감, 학교 내 면접 지도, 각종 강의와 컨설팅이 마무리되면서 마음 속에 공허함이 생기던 시점이었다. 하릴없이 유튜브의 영상들을 보는 시간이 늘었고, 시간을 보낼 영화를 찾기 시작했다.
뭘 해야 할까. 고민 끝에 10년 만에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10년간 닫았던 블로그와 용두사미로 방치됐던 브런치스토리에 함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자 생활의 여러 면에 변화가 찾아왔다. 그 동안 머릿속에 맴돌던 정보들이 나름의 꼴을 갖추기 시작했다. 흐릿하던 생각들이 조금씩 또렸해지더라. 뭐라도 써야 하니까.
누군가 볼 수도 있는 글쓰기는 일기나 낙서와는 결이 달랐다. 마음 먹고 한 편의 글을 올리고 나자, 마치 누가 독촉이라도 하는 것처럼 글이 써진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아무 생각없이 넘길 만한 일을 다시 생각해 본다. 여러 관점에서 돌아보는 일이 잦아졌다.
이거 혹시 함께 나눌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완결된 글로 쓸만한 내용인가? 이런 생각에 무의미한 시간이 많이 줄었다. 크고 작은 일들이 의미를 가진 실체로 다가왔다.
책 읽는 시간이 늘었다. 틈이 날 때마다 핸드폰으로 에세이집을 읽다가, 소설을 종이책으로 읽는다. 집에 오면 거실 탁자에 쌓인 책 중에 손에 잡히는 책을 순서없이 뒤섞어 읽는다.
아무거나 읽다가 괜찮은 구절이 나오면 줄을 긋는다. 수첩에 옮기고 짧은 생각을 덧붙인다. 중구난방 독서에 짧막한 낙서지만 더 자주, 더 즐겁게 한다.
늘 들고 다니는 수첩에 글도 더 자주 쓴다. 인터넷 기사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새로 알게 된 개념과 용어를 정리한다. 인터넷에 검색한 내용을 요약해서 적기도 한다. 그러다 뜬금없이 생각이 들거나 감정이 올라오면 수첩에 그때그때 적는다.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려니 지나가는 생각들, 정보들, 낙서들을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잠깐 이러다 말 지도 모른다. 허나, 그럼 어떤가?
무료하게 흘러갈 일상이 이만큼 변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이곳저곳 글쓰는 사람들, 모두 즐겁게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