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다니며 늘 하는 말이 있다.
"입시는 덧칠입니다."
나는 이 말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만들어낸 말이기도 하지만, 입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 지를 청중들에게 쉽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두 번의 강의나 설명회를 통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입시 정보를 얻고자 한다.
그러나 입시 정보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알아야 할 정보의 층위가 겹으로 쌓여 있다. 학생이 지닌 역량에 대한 정보,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대한 정보, 담임 교사와 교과 교사들의 성향 및 태도에 대한 정보, 지원 가능한 범주에 있는 대학들에 대한 정보, 그 대학들이 운영하는 입시 전형에 대한 정보 등등.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다양한 층위와 범주의 정보들은 구체적으로 획득하기 어려운 정보다. 숫자로 통계 자료로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매년 입시 제도 전반을 포함한 모든 것이 조금씩 변화한다. 학생의 성적부터 새로 만난 교사들, 가고 싶은 대학의 전형 방법, 모집 인원, 경쟁률까지. 복잡함과 가변성. 입시를 짧은 시간 동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그 정도는 다 알죠."
가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를 지닌 학생이나 학부모를 만날 때가 있다. 입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믿는다면, 실제로는 입시를 잘 모르는 상태이거나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두려움과 조심성이 없다는 건 입시를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편협한 시각에 매몰되어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입시판에서 단언하는 전문가를 제일 조심해야 한다. 책임감이 있다면, 결코 쉽사리 단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3 이라는 입시의 최전선에서 10여 년을 보내며 느낀 점은 입시는 어렵고 무섭다는 거다. 다양한 곳에 강의를 나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늘 겁이 나고 늘 조심스럽다. 내가 하는 말이 적절한가? 근거는 있는가? 편견은 아닌가? 단편적 정보에 매몰되었을 가능성은 없는가? 그리고 언제나 마지막 질문은 이거다.
"내 자식이라도 이렇게 말할까?"
마지막 질문을 던졌어도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없거나 그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판단될 때. 그때 비로소 내 생각을 전한다. 부족하지만 그게 내 최선의 답이기 때문이다. 입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자꾸 보고 들어야 한다. 양질의 강의, 대단한 설명회, 그런 건 없다. 다양한 강의와 설명회에 참여하는 경험과 열정이 쌓이다보면 조금씩 윤곽이 드러난다. 덧칠하는 거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또렷하게 보이는 그림 따위는 없다. 그럼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은 성공할 확률을 높여준다. 그 시간 자체가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남이 거저 주는 건 세상에 없으니 자꾸 들여다보고 돌아보는 게 입시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