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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챗쏭 Nov 19. 2020

11월, '새해계획 세우기' 딱 좋은 달

나의 '새해 계획 실천 로드맵'

                                                                                                                                                                                                                                                                                                                                                      지금은 '스벅 다이어리'가 그렇지 않은데, 몇 년 전 '스벅 다이어리'는 11월 달력부터 있었다. 새해의 달력인데 1월부터 시작하지 않고 11월부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내년을 미리 당겨서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새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다가 나는 새해에 하고 싶은 일들을 조그맣게 메모했다.(너무 당당하게 써 놓고 시작도 못하면 창피하니까) 임시 계획인 것처럼 그렇게 써 놓은 계획을 12월을 거치면서 다듬어갔다. 써 놓은 것 중에 조금 시시하다 싶어 더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도 있었고(하루 한 개 팔굽혀펴기 이런 것), 그렇지 않고 이건 좀 과하구만, 하는 계획도 있었다. 


11월에 세운 계획이 12월의 연습을 거쳐 드디어 새해 1월에 제대로 시작하게 되는 나의 '새해 계획 실천 로드맵'은 그렇게 11월 달력이 붙어있는 스벅다이어리 덕택이었다.


몇 해를 거치는 동안 11월은 내게 새해의 계획을 세우는 시기로 거듭났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의 계획은 1월에 세우는 거라고 하겠지만, 1월에 세운 계획은 11월에 세운 계획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적었다. 


예를 들어, '새해에는 새벽 6시에 일어나 하루 30분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1월에 다이어리 첫장을 딱 펴고, '올해의 계획'에 써 놓는다. 1월 1일은 계획을 세운 날이니까 지나가고 1월 2일이 되었을 때, 알람소리를 듣고 딱 일어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알람소리 조차 듣지 못한다. 첫 계획의 실천을 다음 날로 미룬다. 3일 안에 생각해둔대로 계획을 시작하면 다행이다. 

설령, 1월 2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성공했다고 치자. 잠에서 일어난 후에 평소에 하던 것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무엇을 찾아 하기란 쉽지 않다. 6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새해에는 5시30분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겠다'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6시에 일어나던 사람은 30분 당겨 일어나 하던대로 운동을 하면 되지만, 그동안 운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6시에 일어나면 당장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지 어리둥절해진다. 그간 살아온대로 살아가려는 관성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 그렇게 대부분의 '새해계획'이 그렇듯, 정작 3일만 실천해도 성공이랄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작심 3일'은 어쩌면 '3일간 계획을 실천했다고? 칭~찬!!' 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11월에 새해 계획을 세우면 이렇다.


지난 1년을 곰곰이, 차분하게, 꽤 오래 평가해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다. 11월이면 아직 새해는 저 멀리 있고, 계획에 대하여 흥분과 설렘을 배제한 채로 생각해볼 수 있다. 무모한 계획도 자연스레 거를 수 있다. 11월 말쯤 고민을 거친 새해의 계획을 세워놓고는 12월에는 워밍업을 시작한다. 마치 새해가 된 것처럼 새로운 계획들을 시작한다. 적응과정이다. 시행착오도 거쳐보고, 포기도 하면서, 계획을 수정한다. 


준비가 필요하다면, 12월에 미리 마련해둔다. '올해는 매일 일기를 써야지' 했다면, 마음에 드는 일기장을 준비하고 펜도 마련한다. 그리고 12월에 미리 써 본다. 매일 쓰기로 했지만, 3일 쓰다가 까먹었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한다. '매일 일기를 쓰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아침에도 한번 써보고, 저녁에도 써본다. 나에게 맞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본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1월. 생각한대로, 준비한대로, 매일 일기도 쓸 수 있고, 영어 공부도 시작해볼 수 있고, 하루에 30분씩 운동을 시작해볼 수도 있다.


몇 해를 거듭하다보니 나의 새해계획이란게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바뀌지만, 고정 멤버로 자리잡은 새해계획들이 있다. ①번은 '나이만큼 책읽기',  ②번은 하루 5km씩 달리기, ③번은 100일 글쓰기다. 계획은 진화했고, 달리기는 하루에 10km씩 뛸 만큼, 글쓰기는 150일도 매일 쓸 수 있을 만큼 늘었다. 나이만큼 책읽기는 권수를 넘어 '서평 쓰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읽은 책 모두를 쓰지는 못해도 해를 거듭할수록 한 해에 쓰는 '서평'의 횟수는 늘어나고 있다.


매번 같은 듯 하면서도 똑같지 않은 계획을 세운다. 한 해를 살아본 경험이 나를 다시 새롭게 만든다. 2021년 새해는 또 어떤 계획으로 나를 새롭게 할지, 11월 오래도록 생각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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