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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주드 Oct 01. 2023

독립출판 작가들에게

어쩌면 불편할지 모를 견해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운영하는 서점에선 독립출판물을 취급하지 않는다. 이유는 '자신이 없어서'다. 창작자들과의 계약을 하나하나 관리할 자신, 작고 때로 비정형이기까지 한 책들을 보기 좋게 진열할 자신, 무엇보다 판매를 잘할 자신, 그리고 이 모든 선결 조건으로서 좋은 작품을 선별할 자신.


 독립출판의 반대말을 기성출판이라 했을 때 둘 사이 위계는 없다 해도 선호는 존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독립서적에 탐닉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특유의 전형성을 발견하고부터는 조금씩 멀어졌던 것 같다. 전형성이란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날것 그대로의 강조, 솔직담백함에 대한 집착. 특히 많은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자신의 글이 '꾸밈없고 진솔하다' 말하는 걸 본다. '비록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지만'이란 소개글도 익숙하다. 얼핏 겸손 같으나 실상은 자랑이다. 그러면서 오해, 심하게는 왜곡인 것이 기교를 부린 글은 마치 진실하지 못한 것인 양 호도한다. 형식과 내용은 별개인데도.


 자신의 정성 부족과 솜씨 결여를 아마추어의 풋풋함으로 포장하는 건 정말이지 아마추어 같은 행위다. 현실이 아마추언데 뭐가 문제냐고? 글쎄, 그렇다면 이는 곧 독립출판 작가 스스로 프로 작가와는 다른 존재로서 '구별 짓기'를 하는 셈 아닐까? 멋이 가미된 글에는 읽는 맛이 있다. 치장 좀 한다고 본질이 가려지진 않는 법이다. 덧붙여 '말하듯 쉽게 쓰라'는 조언은 읽는 이로 하여금 편히 이해하도록 쓰란 얘기지, 쓰는 입장에서 대충, 고민 없이 하란 뜻이 아니다. 말하는 대로 쓰는 게 제일이라면 글 중의 최고는 녹취록이 되어야 마땅하다.


 아닌 책들이 있을 줄 안다. 위 지적을 무색게 하는 독립출판물들이. 하지만 기성출판과 달리 독립출판에는 객관적인 검증, 제삼자의 보증이 선행되지 않음이 사실이다. 편집자와 출판사로부터 '추후' 관심을 받는 경우는 있어도.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서점으로 알려진, 미국 포틀랜드의 파월북스Powell's Books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그리고 D. H.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의 공통점을 아십니까? 그들 모두 자가출판을 했습니다. 다음은 당신 차례입니다.'

 나는 이것이 독립출판(자가출판)의 확장성과 제한성을 동시에 나타내는 글귀라 생각한다. 휘트먼, 스타인, 포터, 로렌스 모두 기성출판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자신들의 독립출판 이력이 재조명될 수 있었다. 이들이 홍보 카피에 쓰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전술하였듯 독립출판의 다른 표현이 자가출판이고 영어로는 self-publishing이라 한다. 모쪼록 작가들의 '셀프'가 스스로를 돕는 '헬프'help로 이어지길 빈다. 그렇게 계속 정진하다 보면 자가(自家)를 넘어선 일가(一家)를 이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쓴다. 쓰는 수밖에 없다. 누가 뭐래도 글은 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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