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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주드 Sep 30. 2023

소설, 누구한테 배울 것인가

더불어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

 소설이라는 게 배워서 되는 일일까? 배운다고 느는 영역일까? 잠시 머뭇거렸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시였고 어디까지나 핑계였다. 뭐든 '안 해' 버릇하는 사람의 핑계. 의심병, 귀차니즘으로도 불린다지. 그러던 내가 소설 쓰기 강좌를 신청하게 된 건 변화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었다. 스스로가 '배움'에 회의적이면서 나중에 누굴 가르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관리 안 하는 트레이너가 회원에게 PT를 권유한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게다가 난 소설 수업은 구경조차 해본 적 없으니 경험 차원에서라도 시도해 볼 만했다.


 말은 그리했지만 사실 난 뭔가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소설은 교육과 학습이 가능하며 훈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예술임을 익히 아는 터였다. 당연한 얘기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땅에 존재하는 많은 문예창작과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 문인 출신 학자, 교수들이 집단적으로 사기를 치는 건 아닐 테고.


 그래, 사기(詐欺). 배우는 걸 좋아한다면서 앞서 '잠시' 경계를 했던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늘면서 글쓰기 시장도 덩달아 파이가 커진 모양이다. 돈 되는 곳에 욕망이 몰리기 마련이다. 개중엔 사기꾼과 무자격자의 그것도 있을 터. 필히 피해야 할 부분이다.


 우선 기회가 된다면 등단 작가, 유명 소설가한테서 수업을 받는 게 '안전'할 것이다. 자기가 쓰는 거랑 남 가르치는 거랑 별개라 해도 믿음은 간다. 문제는 이런 강사, 강의가 흔치는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건 독립서점에서 꾸준히 진행하는 소규모 강좌들이다. 주로 학당, 아카데미 등의 이름이 붙은 평생 교육 기관에도 좋은 선생님들이 많다. 작가로서의 무게감은 덜할지 몰라도 가르치는 일에 대한 경험과 애정만큼은 결코 가벼이 볼 분들이 아니다.


 반면 다음과 같은 '유혹들'은 주의를 요한다. 누적 수강생이 몇 명이고 성사시킨 출판 계약이 몇 건이며 그렇게 해서 출간된 책이 몇 종, 몇 권이라는 식의 호들갑. 수십에서 수백에 이르는 수치가 요란한 폰트로 강조된다. 사람 좋은 얼굴, 사연 담긴 목소리, 풍부한 표정 연기가 결합된 SNS 동영상 광고도 빠지면 섭섭하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작가 데뷔'란 자기네 교육생의 작품을 자기네 출판사를 통해 찍어 내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사업자 등록증 상 이름만 다를 뿐 학원, 에이전시, 출판사(인쇄소)가 결국 한 회사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냥 자기들끼리 의뢰하고 의뢰받고 '짝짝짝' 하는 거다. 수강료가 얼마였느냐에 따라 '출판 비용'은 달라질 수 있겠다.


 내가 소설 쓰기 강의를 들은 곳은 어느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문화 센터였다. 거기서 나오는 괜찮은 책들을 알았기에 믿음이 갔다. 더군다나 신춘문예 당선 경력에 풍부한 경험까지 갖춘 강사님이라니 더 이상의 의심은 금물이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떠나서 '생전 들어본 적 없던' 소설 수업을 듣게 된 이유는 바로 '생전 들어본 적 없'기 때문이었다. 살면서 안 해본, 혹은 못 해본 것들을 '그냥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한다. 누군가는 필시 이럴 것이다. '안 하면 그만이지, 꼭 해야 됨?' '뭐?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고? 그럼 더 아무것도 안 해야겠네!'. 그렇다. 어디까지나 선택은 개인 몫이다. 그런데 혹시 그거 아는가. 뭐 조금 한다고 엄청 대단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님을. 그저 '한다'는 사실, 행위, 과정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 소설 수업이 다 끝나고 나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 나오기는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이 점 하나만은 분명히 할 수 있다. 적어도 소설 쓰기를 배운, '어제와 다른 나'는 남는다는 사실 말이다. '나우 오어 네버'Now or Never까진 아니라 해도 '지금'이어서 괜찮을 이유는 충분하다. 봄은 늘 돌아오지만 '이번 봄'은 일생에 한 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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