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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Dec 23. 2020

6-0.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부부상담을 받게 된 계기


우리는 아이 문제에 대해 관점 차이를 확인하고 난 후, 5년이나 이 주제를 피했다. 아이 문제만 없다면 우리는 너무나도 평온했다. 회사는 바쁘지만, 쌓이는 경력만큼 일도 손에 익었다. 신혼 초 서로 맞춰가며 투닥거리던 것들도 어느샌가 자연스레 사라졌다. 내가 바쁠 때엔 남편이 집을 더 돌봤고, 남편이 바쁠 때엔 내가 집을 더 돌봤다. 각자 시간을 내어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나는 어느 날은 원데이 클래스를, 어느 날은 베이킹 수업을 참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활동적인 남편은 스포츠를 사랑했다. 남편은 당구에 푹 빠져있기도 했고, 어느 순간 당구를 졸업하고 골프에 푹 빠졌다.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도, 자기 자리로 돌아와 연인 같은 삶을 즐겼다. 다만, 모든 시간에서 아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피했을 뿐이다. 어쩌다 한 번씩 얘기가 나왔을 때에도, 그냥 상대방의 의견을 듣기만 했다. 아, 그렇구나. 알았어. 근데 오늘 저녁 뭐 먹을까?처럼.




아이를 낳을지 말지에 대한 문제는 여러 면에서 조심스럽다. 결정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중간 협의점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는다. 또는 낳지 않는다. 이분법적인 결론만 가능하다. 때문에 결국 누군가는 가지고 있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이 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어느 한 사람은 완전한 마음의 전환을 갖거나, 또는 완전한 양보, 즉 포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나의 관점을 주장하기가 어려웠다. 굳이 이런 껄끄러운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는 반드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문제. 나는 천진난만한 아이를 가지는 문제가 이렇게 잔혹할 줄은 몰랐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상대방에게 포기를 강요할 것 같았다. 우리는 가끔 아이 얘기를 꺼냈다가도, 상대방에게 내 주장을 하기 전에 다시 대화 주제를 바꿨다. 조금 더 즐거운 얘기로. 조금 더 상대방을 지지할 수 있는 얘기로.


의견을 조율하지 않은 채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우리는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것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가 없이도 우린 너무 잘 살고 있네. 남편도 이런 삶이 만족스럽고, 점점 좋아지면 아이 없이 살고 싶지 않을까? 남편은 속으로 생각했다. 주변에 하나둘씩 아이를 낳기 시작하네. 아내도 이제 친구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갖고 싶어 지지 않을까? 우리의 기대는 각자 모두 보기 좋게 무너졌다. 우리는 상대방을 배려했으나, 충돌을 극복하는 방법은 몰랐다. 이런 방식으로는 영원히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밤, 우리는 부부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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