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회_이글_그것이 그녀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_181101
내일 만나. 그것이 그녀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오래 기다렸다.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더 그랬다.
내일 만나자더니.
차라리 그냥 싫다고, 그만 보자고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녀가 있을 만한 곳, 갈만한 곳을 헤매듯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어떤 순간에 어디에 있을지 전혀, 알지 못했다.
헤매고 다닌 곳이라고 해봤자, 그래서 함께 갔던 곳뿐이었다.
나와 함께 갔던 곳에 다시 나타날 거였으면, 애초에 사라지지도 않았겠지.
일단 무조건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가라앉은 뒤에는
그저 궁금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 나는 평생 알 수 없겠지만.
그렇게 오래 기다리고, 가끔 떠올렸으며, 이내 잊어버렸다.
그때의 나는 어렸고, 다른 중요한 것들이 많았으며, 쉽게 사람을 만났었다.
세상이 달라진 지금에 와서야, 조금 알게 되었다.
내가 그녀를 만나지 못한 이유가 아니라
그녀가 나를 만나지 못한 이유가 중요하다는 걸.
오래 기다렸지만, 기다리기만 했었다.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나를 위해서만 궁금했다.
그래, 그럴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갑자기 사라질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때도 알고 있었는데, 떠올리지 못했다.
기다리고 있었다지만, 결국 내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
그녀를 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