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이글 90회_이글_어제 스티브 잡스를 만났어요_190211
나는 이 세상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다.
구질구질하고 처연한 쪽이 항상 지는 게임.
그쪽을 쳐다보지 않는 것이 룰이다.
우연히라도 그쪽과 눈이 마주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쪽의 주민이 된다.
무언가를 보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이다.
출근과 퇴근만 할 수 있으면 된다.
출근과 퇴근만 계속할 수 있으면
나는 그쪽으로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 계속 다니려면 회사에 적응을 해야 한다.
다들 자기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업무가 무엇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나를 끌어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밀어낼 수 있는 사람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빨리 파악하고,
남들보다 먼저 그 옆에 서는 것이 능력이고 생존 방식이다.
기획서 따위, 니들이나 열심히 쓰세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조대리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나뿐이다. 운이 좋았다.
눈이 일찍 떠져서 평소보다 빨리 출근했던 날,
사장님 차에서 함께 내리는 조대리를 봤다.
사장님도 조씨였지.
그 뒤로는 간단했다. 조대리는 알기 쉬운 사람이라.
“조대리는 주말에 뭐 했나?”
먼저 관심을 표현하며 챙겨준다.
“저는 뭐, 별 일 없었어요. 아, 어제 스티브 잡스를 만났어요.”
조대리 스타일이다. 직원들 사이에 또 뭐래. 라는 기운이 퍼져나간다.
그러고 보면, 만났습니다. 라고 할 법도 한데, 꼭 요자로 끝을 낸다. 자신감인가.
조대리는 물음표가 그려지는 사람들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다가
어제 애플스토어에 갔었거든요. 가로수길에 있는 거. 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럼 사람들은 아아.. 라며 애매한 미소 정도로 예의를 차리고 자리를 피하는데,
바로 그때가 찬스다.
자연스럽게 옆으로 가서 가볍게 말을 잇는다.
‘자연스럽게’와 ‘가볍게’가 포인트다.
“조대리는 말을 참 센스있게 한단 말이야. 하하하”
지금 웃고 있는 사람은 조대리와 나뿐이다.
이거지. 유대감. 같은 편이라는 느낌.
나는 이렇게, 끝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조대리 보다도 오래.
이 회사보다도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