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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May 23. 2022

내가 경험한 미국 회사 임원들의 특징 “웃기다”

왜 그들은 웃기는 것에 집착할까?

제가 일하는 미국 회사에서는 임원들이 분기별 또는 월별로 진행하는 타운홀이라는 게 있습니다. CEO, CFO, CPO 등이 회사 현황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에 대해서 공유하는 자리인데요. 미국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 참 신기하다고 느낀 게 있었어요. 회사에서 제일 높은 포지션에서 일하는 임원들이 앞에 나와서 굉장히 웃긴 얘기를 많이 한다는 거였어요. 특히 프리젠테이션의 초반부와 후반부를 코미디로 장식했는데요.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시간인 만큼 진지한 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자리에 나와서 일단 사원들을 웃기려고 하고 박장대소시킨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물론 다 웃긴건 아니고, 가끔 썰렁 개그를 해서 반응이 그냥저냥일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웃기려고 '시도'했다는 부분은 자주 목격했습니다. 소재는 매우 다양한데 개인적으로 그 날 아침에 경험한 에피소드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개그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테크 컨퍼런스나 밋업 같은 곳에 갈 일이 있어 다른 회사의 임원들이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는데, 그들이 발표를 시작할 때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정도는 한다는 거였습니다. 한국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적어도 제가 경험했던 직장에서 높은 자리에 계셨던 분들은 그렇게까지 웃기거나 코믹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더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왜 그들이 이렇게 웃기려고 하는지 의문이 풀렸습니다. 저의 (전) 매니저와 1:1 커피챗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매니저 일레인은 저의 일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커리어에 있어서 성장에 대해서도 많은 신경을 써줬던 고마운 사람이었는데요. 제가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어려워하다보니 이 부분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일레인은 미국 최대의 테크, 엔터테인먼트 컨퍼런스인 South By Southwest (SXSW)에서 발표를 했던 이력도 있었고 직접 운영하는 밋업이 있어 정기적인 토크도 진행하는 베테랑 발표자였습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1:1 커피챗 시간에 저는 왜 우리 회사 임원들은 왜 이렇게 웃기거나 웃기려고 하는지 물어봤어요. 일레인은 저에게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했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이유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그들은 '일부러', '전략적'으로 그런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원과 사원 사이에 존재하는 허물을 제거한다.

임원은 어쨌든 직급의 관점에서 볼 때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권위라는 것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원들이 사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 그 사이에는 허물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임원들을 어렵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임원들은 그래서 실없어 보일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시도'를 통해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태생이 웃긴 사람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것은 분명 '노력'이 들어가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웃기는, 또는 웃기려고 하는 발표자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떨리는 게 없는 발표자여도 발표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고 시간이 들어갑니다. 거기에 웃기기 위해서 어떤 포인트를 넣는다는 것은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소재로 개그를 하는 것 역시 전략적으로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함으로서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이 아니라 한명의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면모로서 그 사람을 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도 발표하는게 어렵지만 (특히 영어로 발표하는 거라 늘 어렵고..참고 글: '내가 미국에서 UX '생존'디자이너로 살아남는 방법') 발표를 위해 모두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저 역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최근에 저도 회사에서 발표를 할 때에 재밌는 Gif 나 fun fact를 공유하고 시작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지니까 듣는 사람들의 표정이 편안해보이고 이를 보는 발표자로서 저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글쓴이 '에릭'을 소개합니다.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 아이의 아빠이며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SNS를 통해 UX, UI 공부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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