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와레몬나무 Oct 25. 2019

3부 내가 만난 감정, 내가 만난 사람들

걷기 시작한 후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한번 퍼덕거린 것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긴 시간이 지난 뒤에 미국에 토네이도를 야기한다. 대수롭지 않은 나비의 날개짓이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걸 믿기 힘들다.  세계기후변화를 설명하는 것을 나의 삶에 슬쩍 빌렸다.  나의 나비효과는 걷기였다.  

 가족과 마주보거나 통화하는것조차 버겁고 친구들의 배려가 부담스러울 때, 나는 그들이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카미노 포르투갈이었다. 그런데 나의 바람과 달리 그것은 세상으로 나오는 길이 되었다.  꽁꽁 눌러두었던 감정이 봇물처럼 터지자 숨겼던 감정에 피가 도는것처럼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상하게 걸으면서 흘리는 눈물은 지치지 않았다. 길을 나선 이상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 나태할 수 없고, 이국적인 풍경이 감정을 산란시킨다.

   유칼립투스와 대성양의 청량한 향기와 바람이 눈물자욱을 지우고, 풀섶에 발이라도 닿으면 숨어있던 엘리게이터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도망가고, 흐르는 도랑물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칼라(Calla)와 시골집 담벼락의 수선화 등 눈에 띄는 모든것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빠르게 변하여 감정에만 매몰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극으로 치닿던 감정도 이런 풍경앞에서는 주저앉는다. 하다못해 시골집 마당을 지키는 개짖는 소리에 놀라서 도망가다보면 좀전 까지 무엇을 했는지도 잊어버린다.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

  어떤 사람은 "감정은 우리를 움직이는 에너지이자 우리를 느끼게 하고 우리가 느낀 것들을 표현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에너지이다"라고 했으니 길을 걷고 난 뒤에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감정의 쓰나미가 폭풍처럼 지나고나면 새로운 피를 수혈받은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후련함을 표현하고 싶어졌다. 

로시우광장 마리아 2세극장 

태양과 구름, 바람, 나무, 꽃은 한 순간 지나치는 풍경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그것들은 자연의 신비로움과 그것을 보는 사람들을 동화시키고, 변화의 과정을 기록하여 몸과 마음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글을 쓴것은 아니다. 간단한 순례일지, 아니 메모부터 했던것 같다. 매일 걸을 구간과 점심을 먹었던 카페와 같이 현상적인 것만 쓰다가 어느새 순례길에서 만난 나의 감정까지 쓰고 있었다. 

나의 감정을 쓰고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 나를 구원하는 시작이었다. 

 

포르투 렐루서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