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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율립 Mar 08. 2019

북촌 가는 길


총소리 듣고 달려가는 불나방


                            

아침에 일어나 '배틀 그라운드'를 하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데이터로 존재하는 세상 속에 내가 있고, 그의 목숨은 무한정하다.

그래서 전쟁이 게임이 된다.


갑자기 얄궂은 남 걱정이 떠올랐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지체장애인에게 이것 이상의 무릉도원이 있을까? 배그는 사회안전망이다.




                     


정준일 "너에게" M.V.

                                


이따금씩 찾아보는 뮤직비디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했다.


이별하기에 완벽한 하늘빛과 풍경이다.


요일은 토요일쯤. 어젯 내일 다시 얘기하자며 낮에 만나기로 했던 커플. 그러나 함께 한 날을 정리하기에

반나절은 부족했기에 저녁이 드리워지는 때에 만났다. 내가 상상하길.


저렇게 이별하는 커플은 연애도 분명 잘했을 것이다.

 


전신주 번호를 찾아보니 서울 북촌이었다.


게임 하다 말고

길을 나섰다.






                            


종암동 주민센터 부근 따릉이 역


                                


오늘날 리부트 된 교통수단, 자전거.


따릉이를 타면 서울이 좋아지고 서울시도 좋아진다.




마주오는 낯선 따릉이언에게 살짝 웃음을 짓는 문화를 상상해본다.


'따-하'





                        


혜화 가는 길. 동선동 부근의 성북천



                                       

도시의 하천은 지름길이다.

로봇처럼 직각으로 꺾어 다니며 길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

 


실타래 같은 물줄기도 훌륭한 명분이 된다.






                     


혜화를 지나가는 길


                                     

혜화.



지명은 표음 명칭이 아닌 표의 명칭이다. 그리고 혜화처럼 운이 좋게 어감이 좋은 동네는 약간의 이득을 본다. 주민의 후생이 높아진다. 사람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분이기 때문.


나의 동네 종암동도 나름 괜찮다.





                       


창경궁 옆 돌담길




                                  

궐 벽 옆에 서니 기분이 좋아졌다. 기계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규칙성이 주는 정취가 있다.








헌법재판소 앞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는 위헌이다고 주장하는 1인 시위의 모습이 보인다.



어려운 문제.


세상에서 가장 근거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헌법재판관들이다.

생명의 어느 단계에서 기본권이 생기는지를 대체 어떤 근거로 규정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유사-신이 되어 근거 없는 권위의 무한한 무게를 견뎌야 한다.





                         


북촌 한옥마을 초입



오버 투어리즘의 상징이 된 북촌마을.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절에 들어설 때 죄인의 마음으로 사천왕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때의 감정이 재현되었다. 조금이라도 그들의 생활을 망칠까 죄송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서울에서 가장 운치 있는 곳에 서봐야 했다.







                     






                                       

사람들은 누군가 고통을 토로하면 말을 듣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광객들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었다. 뒷모습조차 조심스러워 보였다.


우리는 모두 신중히 움직였고, 마음이 정화됨을 느꼈다.




                       


북촌로 11길 73



                                              

뮤비를 찍은 곳 도착. 에베레스트에 선 기분이다.



혼자서라도 이별하고 싶었다.


하늘이 마음을 들었는지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카페 파툼




                                 

북촌에는 근사한 루프탑 카페가 몇 개 있다.


들어갈 생각은 없었으나 비가 쏟아져 들어갔다.







                    


김동직의 회색인간



                                                  

비 오는 날 카페에서 하는 독서만 한 게 있을까 생각했다.


문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는 일 년 내내 오지 않고, 커피 값은 공짜가 아니다.







                        


카페 파툼 루프탑에서



                                   

북촌은 어두워질수록 밝아진다. 잔상에 오래 남을 불빛들이었다.



2018.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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