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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Oct 04. 2023

자네, 아빠로 괜찮은 사람인가?

연애를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날라리처럼 생겼는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도서관에서 보는 반전 매력에서 시작하기도 했고, 친구들이랑 술 취해서 놀다가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에 심장이 뛰어서 시작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애들은 행복했고, 즐거웠고, 누군가에도 나는 썅년이었겠고, 나에게도 쌍노무새끼가 있다. 그때는 그렇게나 싫고 힘들고 다시는 없을 것 같은 사랑도, 시작의 이유가 다양한 만큼이나 다양한 이유로 생겨났다. 


 그런데 이제 그런 시작이 다양한 연애들이 모두 끝난 지금,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전제로 누군가를 만나려고 시작하는 건 그렇게 시작이 안되었다. 직업이 좋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엄마아빠가 너무나 좋아하는 직업의 사람과 소개팅을 했지만, 1시간 동안 월미도 디스코 팡팡 유튜브를 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이 사람이랑 계속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를 곱씹었다. 정말 재미없는데,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직업이니까 그리고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며 참다 보면 좋아지겠지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나의 참을성은 1시간 반의 파스타 먹는 시간으로 바닥이 났다. 그래, 엄마아빠가 결혼할 거는 아니니까. 그럼 내가 좋아하는 직업은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직업, 내가 배울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지. 그렇게 만난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렇게 흥미 있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가게 되었고 그러다가 그는 자기도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싶다고 결혼을 하면 뉴욕으로 가서 같이 공부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흥미 있었지만, 그 정도까지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일단 뉴욕은 매력적이지만, 가족과 연을 끊고 살 정도로 크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다. 결국 직업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사람이구나. 결국 직업이든, 성격이든 그 사람이 나와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그럼 나는 어떠 사람이랑 결혼을 하고 싶을까?


그런데 문득, 아빠가 떠올랐다. 나는 가정에 대한 애착이 높은 편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기에 나도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 우리 아이의 아빠로 어울리는 사람이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가 소중하고, 아이와 함께 가정을 만들고 꾸리는 것이 기본적이 삶의 요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고 딩크족으로 우리 둘이 살자라고 하면 나는 아마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우리 가족과 데면 데면 하게 지내면서 자기도 그렇게 지낸다고 해서 그런 걸 당연시 여기는 사람과는 앞으로의 노년까지 함께하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다다르자,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나의 아이의 아빠로 어울리는 사람을 생각했다. 


 건강해서 같이 주말에 축구하고 공을 뛰어놀고 찰 수 있는 사람, 적당한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아빠로서 재미있게 놀아 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가정을 지키는 것에 대한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아직 있지도 않은 우리 아이의 아빠가 될 사람의 면접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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