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으로 하루 만나고 바로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 얼굴을 못 보니 뭉게뭉게 피어나는 푸른 뭉게구름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형체가 없는데, 괜히 설레는 마음이랄까요?
육아 휴직을 하면서 저희 집 두 아이 온라인 수업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환장^^, 어찌 보면 안쓰럼, 어찌 보면 머리꼭지 열리고, 어찌 보면 안타까운 모습. 뭐라 정의하기 힘든 감정들이 복잡하게 섞였던 기억입니다. 큰아이는 집에만 있어 답답하다며 학교 가고 싶다고, 작은 아이는 아빠와 놀 수 있어 좋다고 하고, 어디에 맞추어야 할까도 늘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큰 아이는 친구들 불러 집에서 함께 원격수업을 듣게 했고, 작은 아이는 저와 함께 놀이처럼 TV 화면을 통해 수업을 듣게 했지요. 여전히 환장과 안쓰럼의 반복. 답답하다는 아이들 가끔은 차에 태워 야외에서 수업을 듣게도 했답니다.
힘들지요. 성인인 저도 주말이면 10시 넘게 늦잠을 자곤 합니다. 하물며 교과 공부에, 입시에, 평가와 과제, 요즘은 생기부 관리까지 원하지 않게 주어진 것에 쫓기고 있는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으로 8시 40분부터 4시 40분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함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가혹함은 아닐는지요? 그럼에도 교사로서 출석을 체크해야 하고 주어진 분량의 수업과 과제를 제시해야 하는 환경이 야속하기만 하네요.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출석만이라도 재밌게 해 보자. 아둔한 머리 굴려가며 눈치게임, 사진 공유, 지금 기분 표현, 자신의 가치, 실천 등등 매일 이벤트성으로 출석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생각만이네요. 저도 온라인은 처음인지라, 준비하고 체크하고 다시 연결하고 하다 보니 재밌게, 마음 편히 하루를 열라는 의도와 다르게, 담임교사의 부족함으로 인해 아침마다 아이를 더 귀찮게 더 오래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젠 '미안합니다', '도와주세요'가 자동 재생되고 있습니다^^
아이들 없는 빈자리, 몇몇 모델이 되어 주시는 선생님들 지켜본 것 흉내 내려, 저도 2반 교실 청소를 했습니다. 책상을 밀고, 바닥을 닦고,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치우고, 아이들 책상은 걸레로 닦고 방역 차원에서 항균티슈로 닦은 후 소독약까지 부렸네요. 학기초 아이들 맞이할 때마다 마음에 걸렸던 것이 어수선한 교실에서 처음 맞이한 것이었는데, 이틀에 걸쳐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한 결 가볍습니다. 어서 아이들로 채워졌으면 합니다.
지난 금요일. 아침 아이들 소감을 물으니, 대부분 좋다고 하네요. 주말이라 쉴 수 있다고, 늦잠을 잘 수 있다고,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다고... 간혹 과제가 많아, 학원을 가야 해서 힘들다는 친구가 있었지만 어른이나 아이나 주말을 기다리는 건 마찬가지인가 봐요.
이번 월요일. 주말 추억사진 공유와 소감을 물으니, 피곤하다, 졸립다, 학원이 힘들다... 간혹 그래도 성장을 위해 힘낸다라는 이야기를 하네요. 어른이나 아이나 월요일이 힘든 것도 마찬가지인가 봐요. 같은 마음, 같은 심정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함께 가면, 무거움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 즐거움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자신의 가치와 실천계획 등등 뜬구름 잡는 질문을 하루 하나씩 던져봤는데, 우리 반 아이들 참 다채롭게 소중한 아이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안한 친구가 되고 싶다는 아이부터, 고민 상담을 해주고 싶다는 아이,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치유해주는 상담사, 치아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아이, 책으로 하루를 열고 싶다는 아이,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아이, 물리치료사, 교사 등등.
다채로운 아이들의 감성과 도전이 억눌리지 않고, 교실에서 피어나는 장면을 상상하니 설렘이 확 밀려오네요.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게, 아이가 안전하게 표현하고 도전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백종원 대표는 우리 사회를 분노사회라고 하네요. 그리고 분노사회가 되는 이유에 대해, 하고 싶은 것들을 참고 인내만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하네요. 이런 우리 문화를 외국인들은 '행복 유보 사회'라고 하더라고요.
삶이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 순간순간이 차곡 차곡 모여 자신의 삶이 되는 것이잖아요. 지금의 순간도 자신의 삶이고요. 미래를 위해 막연하게 지금의 행복을 유보하지 않고, 지금도 행복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곁에서 지켜보도록 노력해볼게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귀한 자녀. 부모님도 함께 지혜를 모아 주시길 부탁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