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어. 어떤 말들로 대체할 수 있을까?
직장 생활을 한지 10년
나는 일을 하면서 쿠션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다.
그러다 문득, 쿠션어의 본질과 나의 커뮤니케이션이 똑똑한 커뮤니케이션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보통 쿠션어는
1. 반대 의견을 이야기해야 할 때
2. 급하게 요청해야 하는 건이 있을 때
3. 거절해야 할 때
4. 상호 조율이 필요하거나 누군가 실수를 했을 때
와 같은 불편한 상황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사용하는 완곡한 표현이다.
말 그대로 쿠션을 깔아두는, 안전장치를 두는 것.
회사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 쿠션어를 윤활유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직선으로 꽂는 피드백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비대면 업무를 하는 회사의 경우 비언어적 표현을 느낄 수 없으니 메신저 작성을 '더 예의바르게' 해야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쿠션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남발되는 상황들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쿠션어를 꼭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어떤 말로 변환해서 쓰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e.g. 혹시 괜찮으시다면 권한 좀 주시겠어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파일 좀 전달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괜찮지 않아도 해야하지않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에 모였고 (각 팀 목표는 다르겠지만) 괜찮지 않으니 하지 않겠다. 라고 말 할 수 없거늘. 또한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말도 안 되는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인데 굳이 필요할까 싶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권한 좀 주시겠어요? > A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권한 좀 주시겠어요?
와 같이 쿠션어 + 핵심 내용이 아닌 목적(또는 배경) + 핵심내용으로 치환하는 것이 어떨까.
어떨까요 혹시 괜찮으실까요?
죄송하지만-
e.g. 죄송하지만 제가 보낸 문서 한 번 확인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why 죄송?
정말 내가 잘못을 해서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습관적으로 붙이는 '죄송하지만'은 정!말! 불필요하다.
저자세로 굽히고 들어간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죄송할 일이 없으므로 죄송하다는 말을 안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다보면 책임을 가려야 할 상황에 놓였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죄송한 사람 (그러니까 좀 더 잘못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죄송하지만 이건 변환 사례는 없고, 정말 미안할 때에만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것 같아요!
e.g. 오 그렇게 진행하는 것 좋을 것 같아요! A안으로 수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지금도 많이 쓰는 쿠션어이고, 고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같아요 + ! 조합.
한 번 슬랙 보내는데 같아요를 3~4번 쓴 적도 있다.
조금 더 둥글둥글하게, 상대방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나의 의견 전달하는 방법으로 '~같아요'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같아요' 사용 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오류는
- 그럴 것 같은데 그래서 뭐? 추측말고 팩트를 모르겠네.. 상황 발생
-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다 좋다는 건가? 회색 분자네.. 상황 발생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아주 좋은 의견인 것 같아요 : 이건 OK. 근데 그 이후가 중요하다.
같아요 뒤에 꼭! 나의 의견과 근거를 덧붙이고 마침표를 찍자.
e.g. 아주 좋은 기획인 것 같아요. 덧붙여서 A관점에서 A을 추가하면 고객 유입을 증가시키는 데 더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판단합니다)
(보통은 A를 추가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임팩트가 있을 것 같아요. 라고 하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중)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서 좀 더 말랑한 대화를 위한 안전장치? 물론 필요하다.
다만 이 쿠션어가 잘못 사용되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의 장애물이 되어버린다.
상대를 배려하는 기본 태도를 지니되, 추측성 서술어를 지양하고 나와 내 의견에 단단함을 더해야 한다.
이상 오늘도 쿠션어를 폭풍처럼 쓴 사람이 쓴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