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몽실한 구름을 만들어 내는 어른용 과자는, 귀여운 애칭과 달리 지극히 어른의 맛이 난다. 흡연자들을 볼 때마다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는지 궁금해진다. 호기심으로 시작했을 때 한 모금을 빨고 거부감이 들진 않았을까. 거부감이 들었던 이들 중에는 어떻게 그걸 이겨내고 계속 흡연을 하게 되었을까, 이런 궁금증이 이어진다. 처음 친구가 담배를 권했을 때, 나는 그 이상한 향인지 맛인지 모를 진득한 것이 내 목구멍에 달라붙는 느낌이 싫었다. 그래서 흡연이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습게도 나는 담배 냄새를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 과거에 좋아했던 이들 중에는 흡연을 하는 것이 좋아하는 이유에 포함되는 사람도 있었다. 신기하게 흡연을 하기 때문에 좋아했던 이들은 갑자기 나를 위해 금연을 선언했다. 그렇다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당신의 매력이 반감된다고 할 수는 없어서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줄 알고 만났던 사람 중에는 내가 담배 냄새에 거부감이 없다는 걸 알고 다시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냄새를 싫어하지 않는 건 맞지만 또 굳이 담배 냄새를 찾아서 맡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미 내가 뱉은 말이 있으니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향이 난다. 알싸한 향 대신 포도, 딸기, 초콜릿 같은 인공적인 향이 날 때도 있고, 진하게 뿌린 향수 냄새와 뒤섞인 쌉싸름한 향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내 주변 흡연자들의 절반 이상이 본인에게 담배 냄새가 나는 것을 모른다. 역하지 않을 뿐 옆에 있으면 비흡연자들은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냄새다. 그러면서도 남에게 나는 담배 냄새는 싫다며 흡연 구역에 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긴 나도 술을 좋아하면서도 정말로 맛있어서 찾는 게 아니니 흡연자가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게 이해되기는 한다.
최근에는 너무 좋은 향이 나는 담배를 찾았다. 담배 향이 달달하면 당연히 맛도 달달할 줄 알았는데 정 반대였다. 열 번쯤 졸라 겨우 한 모금을, 아니 한 번 입에 물었다가 향이 나는 부분을 깨물자마자 쌉쌀하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향이 입 안으로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역겨워서 냅다 담배를 뱉어 냈다.
전자 담배도 온갖 과일 맛이 난다고 해서 친구를 졸라 방금 구매한 담배를 맛 본 적이 있다. 그건 입으로 담배를 채 물기도 전에 달면서도 역한 냄새가 나서 시도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몇 번 도전한 흡연은 매번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만 알게 된 채 좌절되었다. 끝내 담배는 호기심의 영역에 남겨 두어야 할 것 같아 아쉬워진다.
인류 최초로 재배된 담배는 마야 문명에서 주술과 의식에 쓰인 루스티카라는 종이다. 인간 문명만큼이나 오래된 담배의 역사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담배가 수입되었다. 일본과 중국을 거쳐 들어온 상인들이 담배를 대중화했고, 당시에는 약초로 여기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겼다고 한다. 쇼팽의 연인이자 남장을 즐겼다는 조르주 상드도 담배의 대중화에 한몫했다. 소설가 조르주 상드가 담배를 즐겼다는 것을 보면 역시 글을 쓰는 사람에게 술과 담배는 영감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는 인류 최초로 발견된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이를 필두로 다양한 바이러스와 질병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것을 생각하면 담배가 영 나쁜 영향을 미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썩 기분 좋지 않은 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디언 사이에 내려오는 담배에 관한 전설이 있다. 추녀로 태어난 소녀가 남자들에게 외면당한 슬픔에 자살하게 된다. 그녀는 죽기 전에 '다음 생에는 모든 남자와 키스를 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고, 그녀가 죽은 자리에 돋아난 풀이 담배라고 한다.
인간이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소비층에서 남녀가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입으로 담배를 문다'는 점에서 인디언 전설도 꽤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담배가 된 소녀는 이제 원없이 다른 이의 입술을 경험한 것일까. 전설 속 소녀가 아니더라도 담배와 입을 맞추는 순간의 흥분을 알아버린 이라면 흡연 욕구를 억누를 재간이 없을 것이다.
담배와 키스의 관계성은 좀 더 원초적인 부분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태어나 18개월이 될 때까지를 구강기라고 정의했다. 이 시기에는 모든 자극을 입으로 느끼며 만족감을 채운다. 구강기 때 입으로 물고 빨며 대상을 탐지하려는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욕구를 충족하려는 행위를 이어가게 된다. 물론 구강기에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이들이 모두 흡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입이 허전하다'는 상태가 흡연 욕구로 이어지는 것이 구강기의 결핍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비흡연자인 나는 무엇으로 결핍을 채워 왔는지 떠올려 본다. 결핍을 채워 준 것들은 많았지만 담배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었다. 운동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은, 잠깐 쉬면서 담배를 태우는 것에 비하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입맞춤 몇 번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극강의 효율을 띠는 담배를, 삶에 살짝 얹어 준 것은 신의 가호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