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이 Sep 03. 2024

어떤 경우


나무는 어떤 경우,

순풍마저도 그 부드러운 속삭임을 버리고,

여름 나무의 모든 잎을 휘감아 앗아가 버린다고 믿기로 했다.



나뭇잎 각자는 개별적이었지만, 

때로는 하나가 되어, 

하늘을 향해 나부끼다, 

땅 위에 비단으로 누워, 

헐벗은 채 서 있는 나무에게 속삭인다.



“주인님, 솔직하게 말하지요. 

오늘 주인님의 말씀은 그 어떤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야비하고 가장 악질적인 동기를 들춰냈어요.”



무안해진, 나무가 순풍 탓을 돌리며,



“순풍, 너는!

내가 너의 창조주였다면, 

너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었을 것이다.

더 나은 건강과 말할 수 없이 소중한 무언가를.

강요된 침묵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하기에,

네가 가끔 폭력을 즐긴다는 걸 깜박했네.”
 

 

하지만 순풍은 웃으며, 

다시 부드럽게 나뭇가지를 감싸 안았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라고 속삭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