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도 안보려고 애쓰는 여자
♬입가에 머문 미소는 내 마음 흔들고/ 수수한 너의 옷차림 나는 좋아
거울도 안보는 여자 거울도 안보는 여자/ 외로운 여자
오늘 밤 나하고 우우우우우우우우 /사랑할 거나♩
말이 많았어요. 작사 작곡에 노래까지 부른 가수는 자신의 아내가 노래모델이라고 했거든요. 이런 저런 이유로 미국에서 살다가 돌아와 활동을 재개했는데요. 아내이름을 노래제목으로 써서 만든 노래도 인기를 얻었죠. 자신의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노래를 위한 스토리로 깔아서 성공한 노래로 손꼽힙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말입니다.
‘거울도 안보는 여자’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자기관리 못하고 수수하게 입고 다니면서, 그저 미소나 짓는 여자라서 외로운 여자일까. 아니, 살다보면 거울을 언제 봤는지 모르게 생활할 때도 있어요. 화장실 갈 때나 보죠.
바쁘면 거울도 안보고 나올 때도 많아요. 저만 그런가요?
거울만 들고 살았던 시절은 여드름 나던 사춘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백설공주 왕비처럼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물었어요.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백설공주 계모에게 거울은 솔직하게 ‘너 아니다’라고 말했고, 계모는 거울을 부수는 대신 화가 나서 자신의 정체성인 쭈글 쭈글 마녀할머니가 되어 공주에게 독 든 사과를 먹인 거겠죠. 공주가 사라지면 자신이 제일 예쁠 거라고 거울이 말 할테니까. 지금 생각하니까요. 끊임없이 남의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 현대인의 수많은 자화상 중 하나로 보이네요.
거울을 든 사춘기 소녀는 나름대로 자신의 모습에 취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신화 속 에코를 돌게 만들었던 나르키소스처럼 말입니다. 거울역할인 연못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하고 결국 빠져 죽어서 수선화로 피어났다죠. 수선화는 정말 아름다운 꽃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저승신 하데스의 아내이자 꽃과 식물을 관장하는 페르세포네를 반하게 했던 꽃이니까요.
메두사는 어떻습니까? 머리카락이 독사가 된 채로 자신의 모습을 본 생명체는 모두 돌이 되도록 저주 받았죠. 페르세우스는 거울 역할을 한 청동 방패를 메두사에게 들이댔죠. 메두사는 방패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마비되고 맙니다. 결국 죽어서 흘린 피가 날개 달린 말이 되어 자유로워졌다지만 거울로 남에게 주려던 공포를 자신이 받아요.
‘거울도 안보려고 애쓰는 여자’가 있습니다. 2023년 한국 드라마 <악귀> 속 주인공은 자신에게 씌인 악귀를 거울을 통해 보더라고요. 현대인 누구나 자신의 진짜를 대충 감추고 포장한 채 살아갑니다. 좋건 나쁘건간에요. 드라마 속 거울은 그 사람 속에 있는 악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 같지만 왠지 짠해요. 글쎄...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요. 드라마 속 주인공도 거울 속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나쁘게만 여겨 무서워하지만 말고 인정하고 진심으로 맞이한다면, 좀 웃기지만, 수선화로 태어나거나 날개 달린 페가수스가 되어 자유를 얻을지도 모르죠. 우린 누구나 악한 모습 한조각 쯤 다 갖고 있는 거 아니던가요. 진짜, 무섭긴 해요. 거울을 못보겠습니다. 으으으. <거울도 안보는 여자>를 납량특집곡으로 선곡해도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