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어렵다

고추농사 일기 1

by 도토리

"주말에 논산 가야 하는데?"

뜬금없이 남편이 말했다.

"왜?"

"고추묘 가지러"

듣는 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연이어 말을 했다.

"준비해야지"

나는 입술을 모아 입안의 살을 지그시 깨물었다.

드디어.

그 말은 별일 없으면 같이 가자는 말이다.

나는 들릴락 말락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해보겠다는데.


"그래 같이 가."


재작년 남편은 처음으로 고추농사를 시작했다.

밭 비닐하우스에 조금 심어 놓은 고추 작황이 나쁘지 않았다. 쓸 고춧가루를 남기고 남은 것은 팔아 모종값은 벌었다. 또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 절임용 풋고추를 내내 땄으니 그 쓰임은 충분고도 넘쳤다.

자신감이 붙었는지 남편은 그 이듬해인 작년, 비닐하우스에 500주를 심고도 노지에 1500주를 넘게 심었다. 솔직하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유기농 농법에 관심이 많았던 남편은 유황 액비를 만들어 벼를 키웠다. 작년엔 벼를 비롯해 고추와 모든 밭작물에 적용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고추밭 지지대를 튼튼히 만들고 네트를 설치하여 풍해를 입지 않게 하는 등 고민한 흔적들이 고추밭 여기저기에 역력했다.

나는 농사엔 제나 수수방관자였다. 하는 일의 연장선으로 농업을 책으로 배웠던 나는 남편의 도전에 훈수를 둘만한 지식이 많지 않았고 둘 수도 없었다. 그저 간간이 일을 도와주 것으로 응원을 보탰다.

그랬던 남편의 고추 농사는 쫄딱 망했다.

칼라병과 담배나방의 습격, 마지막엔 탄저병까지.

매번 호되게 당하기만 하는 농사.

남편은 농사엔 미다스의 손이 아닌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결과 값은 혹독했다.

그런데 일이 커졌다. 그나마도 형제들에게 인심 좋게 내주던 벼농사를 접고 그 땅에 고추농사를 다시 짓겠다 언을 것이다.

"쌀은 어쩌고?"

"사 먹어야지."

허허. 웃음 나왔다. 남편은 고추농사에 진심이었다.

육묘를 가지러 가는 길.

아침 9시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 11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나는 논산까지 꼭 와야 했을까 싶었다.

남편이 일을 보는 사이 나는 매장 안에서 말린 고추 샘플을 살펴보다가 얀면도에서 왔다는 부부와 말을 나누게 되었다. 그들은 고추농사 고수였다.

귀가 나팔만큼 커졌다. 작은 정보라도 들으려고 이것저것을 묻다가 고추농사 초보라고 이실직고를 해버렸다

"아이고 고추가 첨이라고요? 어쩌다 어려운 길을 가는 거예요?"

그 부부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땅이 중요해요. 토양에 맞는 품종을 찾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려워요."

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고추 농사는 처음이라

귀가 얇아질 대로 얇아질 수밖에 없다. 모든 환경에 대입되어 맞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을 투자한 경험값은 귀하다. 하지만 집약적인 성공의 노하우를 말 한마디로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수많은 정보, 그렇다더라에 현혹되는 농사 초보들은 늘 비싼 값을 치르고서야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소규모농인 남편에게는 지금의 시작은 역시나 지난 시간과 다른 새로운 도전이다.

고추육묘와 농자재

고추육묘를 모종판으로 이식하는 과정부터 수많은 정보와 농사 선배들의 경험들을 모아 재배를 하는 남편의 올해 고추농사 궤도를 슬슬 기록해 보려고 한다.

그러기에 이 글은 고추농사 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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