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 끊지 못하는 것이 있다. 술이냐고? 담배냐고? 아니, 게임이다. 게임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빠지면 몇 날, 며칠, 몇 시간을 핸드폰만 붙잡고 있을 때가 있다. 근래 자주하는 모바일 게임이 몇 있는데 매번 지웠다가 몇 개월 후에 다시 다운받고, 또 지웠다 몇 개월 후에 다시 다운받는 짓을 반복하고 있다.
정말 열과 성을 다해 1년 넘게 공들여서 했던 게임이 있다. '머지 드래곤(드래곤 캠프)'이라는 게임인데 당시 어떤 무료 앱에서 광고를 보고 재밌어 보여 다운받았는데 정말 홀린 듯이 했다. 당시 '머지 드래곤'은 갓 출시된 게임이었고 국내에선 유명하지도 않아서 네이버에 '머지 드래곤 팁'이런 식으로 검색을 해도 한두 명의 블로거 말고는 포스팅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행히도 게임 방법이 단순하고 손가락 노가다만 하면 얼마든지 무과금 플레이가 가능해서 별다른 공략법이나 팁 없이도 장기간 플레이가 가능했다.
게임 속 용을 결합해서 땅을 넓히고 아이템을 합쳐서 최종 레벨인 불가사의 단계를 만드는 게임인데 정말 붙잡고 있으면 한두 시간이 뭐야, 12시간이 그냥 지나간다... 시간 잡아먹는 괴물인 줄. 배터리 소모도 장난 아니었다. 자율적으로 시간을 정해서 딱 그 시간만큼만 하고 끝내면 좋으련만 영 통제가 되지 않았다. 자꾸 아이템의 다음 레벨이 궁금했거든. 결국 삭제.
비슷한 이유로 꿈의 정원과도 이별. 하지만 그런 날이 있다. 주말, 약속 없음, tv 노잼. 그럼 다시 앱스토어에 접속해서 삭제한 게임 목록을 훑어보고 다운을 받지. 무한 반복이다.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는 거 같진 않다. 고등학교를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으로 다녔다. 왕복 1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당시에는 핸드폰이 있어도 문자 아니면 전화만 가능했으니까 핸드폰만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MP3로 음악을 들으면서 멍을 때리거나 가사를 집중해서 듣기도 했고, 학교에서 책을 빌려 읽기도 했고, 정말 가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장에 적기도 했다. 집에 가면 곧장 컴퓨터를 켜거나 tv를 틀었지만 적어도 버스나 지하철같이 이동하는 순간에는 멍을 때릴 시간이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핸드폰은 원래 탄생의 이유인 전화나 문자보다 부가적인 기능이 주가 된 느낌이다. 옛날에는 혹시나 네이트 버튼을 잘못 눌려 전화 요금 폭탄 맞을까 봐 비번부터 걸었다면 요즘은 핸드폰을 켜면 사파리부터 들어간다.
디카, MP3, 메모장, pc, 교통카드, 통장, 신용카드 심지어 열쇠까지! 이 모든 게 핸드폰 하나만 있다면 완벽-★ 물건뿐 아니라 지루하니까 심심하니까 나의 빈 곳을 이름만 스마트한 스트 폰으로 채우게 된다. 1년 넘게 공들인 '머지 드래곤'을 지우면서, 천 개 넘게 별을 모은 '꿈의 정원'을 지우면서 이런 메모를 한 적이 있다.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게임을 삭제했다.
할애한 시간이 아깝지만, 알잖아.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는지.
게임 하나 지웠다고 인생이 180도 달라지진 않겠지만 1도 정도는 움직이겠지.
'머지 드래곤'과 '꿈의 정원'을 삭제했다고 180도가 뭐야, 18도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지루할 틈이 생겼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선 지루함이 필요하다는 글을 봤었다. 종이와 펜만 있어도 몇 시간을 보낼 때가 있었는데. 사실 요즘 가장 빠져 있는 게임은 스도쿠다. 자꾸 합리화를 한다. 스도쿠는 다른 게임이랑은 달라. 이거는 머리를 쓰잖아. 두뇌 발달(이미 끝나지 않았을까 싶지만)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자꾸 스도쿠를 푼다. 전문가 레벨을 처음 풀었을 때는 얼마나 짜릿하던지. IQ가 10 정도는 높아진 기분이었다. 오늘부로 스도쿠도 지워야지. 하루에 한 판만 풀자 생각하면서도 한번 시작하면 3~4판은 기본으로 하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을 때가 많다. 스도쿠도 안녕. 하루에 지루한 시간을 조금씩 늘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