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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Oct 30. 2022

너는 이름이 뭐니?

가치 기반 시장세분화(Value Based Segmentation)

Value Based Segmentation

‘가락지나물’에서 ‘흰금강초롱꽃’까지,
들판에 피어나는 꽃에도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그에게로 가서 나도 /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가치 기반 시장세분화(Value Based Segmentation)


관광지의 가치를 공유하고, 의미를 나누는 존재가 방문객이다. 어떤 이름을 붙이는가에 따라 방문객의 빛깔과 향기도 달라질까? 아니다. 방문객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야 한다. 그런 이름이어야 비로소 서로에게 잊히지 않는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성향별로 또는 의미별로 구분되는 이름을 붙여보자.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콘텐츠와 궁합이 맞는지 구별할 수 있다. 관광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 방문객도 행복하고 관광지도 지속되게 하는 최선이다. 시장 세분화는 방문객과 콘텐츠의 궁합을 맞추는 첫 걸음이다. 


시장 세분화 방법 중에서 ‘가치 기반’ 분류(‘Values-based’ segmentation)는 방문객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관광지의 콘텐츠의 문화적 가치(매력) 사이의 ‘일치성을 찾아 서로를 연결’하게 돕는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단순히 성향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의 행동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의미와 가치를 연결하지 못하는 이름 짓기는 무용하다. 가치의 일치성 정도에 따라 콘텐츠 호감도의 순위도 정해지고, 전략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콘텐츠에 관심 없는 잠재적 방문객에게 과도한 투자를 하거나, 정작 중요한 대상을 소홀히 하는 어리석은 일을 피하게 도와준다. 


가치 기반 분류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성향은 더 강해지고 안정화 된다


흔히 조사하는 방문객의 거주 지역, 나이, 이동방식, 소득수준 같은 데이터는 세월이 지나면 달라진다. 더구나 개인의 행동방식이나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방문객과 관광지의 궁합을 알 길이 없다.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관광 정책을 결정하거나 시스템을 보완하는 데도 도움이 안된다. 쓸모 없는 데이터 분석에 계속 비용을 쓰고 있는 것이다. 관광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The ArkLeisure Model


간략하게 ‘아크레저 세그멘테이션’(ArkLeisure Segmentation: ALS) 내용을 소개한다. 2002년(벌써 20년 전) 영국에서 소비자의 휴가, 여행 및 여가 동기에 대한 구체적인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관광 분야에서 상용화된 최초의 가치기반 시장 세분화 방식이다. 아크레저 세그멘테이션은 방문객의 성향을 크게 8가지로 나누고 각각 고유의 이름을 부여한다. (디자인한 모양이 방주를 연상시켜서 ‘아크’라고 부르는 것 같다. 혹은 방문객을 태우는 방주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이름은 낯설지만, 내용은 흥미롭다. 

High Street • (Brand over function: 기능보다 브랜드)

•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하기보다는 이미 시도되고 검증된 것을 선호 

•      유행이 확실히 정착된 것을 따라감 

•      기능이나 개성보다 브랜드와 스타일을 더 중요하게 여김  

•      특이한 것에 그다지 가치를 두지 않음 

•      신제품을 가장 먼저 채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적인 시장보다 앞서 나감  

•      의미 있어 보이는 사치품에 돈을 쓸 마음이 있음 

•      지적 추구, 예술 및 문화에 적당히 관심이 있고 활동적임    


Followers • (Risk averse: 리스크 감수는 싫어)

•      동료와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음 

•      특이한 것에 그다지 가치를 두지 않음  

•      새로운 것은 각자 알아서 시도해보는 편 

•      Style Hounds처럼 구식 취급당하기는 싫지만, 새로운 선택권에 대한 관심은 훨씬 적은 편  

•      위험을 피하려고 다른 사람들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줄 때만 옵션을 선택 

•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하여 다른 그룹보다 뒤쳐지는 편   

•      지적 도전, 예술 및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적음 

•      서비스란 썬 베드 같은 무료 추가 서비스를 의미  

       

Habituals • (Averse to change: 변화는 질색)

•      전통적 가치를 선호 

•      매우 보수적 

•      변화를 강하게 거부하고 익숙한 것을 선호 

•      보다 여유로운 삶의 속도를 소중히 여기는 편 

•      구매는 되도록 기능에 따라 결정하는 편  

•      패션에 의미를 두지 않음 

•      위험 감수를 매우 싫어하고, 새로운 옵션이나 기회에 거의 무관심 

•      예술이나 문화에도 무관심 

•      브랜드나 서비스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음 

•      뭐가 됐든 비용이 드는 것은 질색 

•      저소득일 가능성이 높음 

       

Functionals • (Self-reliant: 자립적)

•      가격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실용적 

•      개인적인 서비스를 기대 

•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  

•      스타일보다 기능을 더 중요하게 생각 

•      패션, 스타일 또는 개성을 살리는 것에 대해 돈을 쓰고 싶지 않음 

•      특별한 아이디어 상품의 얼리 어답터는 아님 

•      새로운 경험에 관심이 있고 새로운 것을 기꺼이 시도 

•      지적인 도전이나 전통적인 예술/문화를 즐기는 편 

•      낭비를 거부 

•      서비스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한 기대 

Traditionals • (Service orientated: 서비스 지향적)

•       자립적, 독립적 

•       전통적 가치를 유지 

•       값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음 

•       전통적인 기존 브랜드 가치를 선호 

•       기능이 스타일과 개성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 

•       개별적 인식과 주의를 기울이는 좋은 서비스에 가치를 두며, 비용을 지불할 뜻이 있음 

•       여유로운 삶의 속도가 중요 

•       지적인 도전이나 전통적인 예술/문화를 즐기는 편 


Discoverers • (Independent individualists: 독립적인 개인주의) 

•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지 않음 

•       스타일이나 브랜드가 개인의 가치를 나타내지 않는 한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음 

•       기술, 신제품, 서비스 및 경험에 가치를 둠 

•       기능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는 스타일은 아님 

•       원하는 것에는 기꺼이 돈을 쓰지만, 대체재나 이미지 기반 광고는 질색  

•       지적인 도전은 즐기지만 예술/문화는 종종 부정적으로 인식 

•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서비스라고 평가  


Cosmopolitans • (Confident and stylish: 자신감 있고 스타일 좋은)  

•       강하고 활동적이며, 자신감 있고, 스타일리시 

•       특정 유행을 따르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행동  

•       평범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편안하게 시도 

•       적절한 경우라면 전통적인 가치를 기꺼이 수용 

•       지출이 많고, 값비싼 지출을 쉽게 함

•       위험을 감수해도 새롭고 다른 것을 열망 

•       신체적, 지적인 면에서 모두 새로운 도전을 좋아함 

•       예술/문화에 대한 고마움을 갖지만, 생활은 충만하고 활동적 


Style Hounds • (Very brand/fashion conscious: 브랜드/패션에 매우 민감한)

•       구식으로 보이고 싶지 않음 

•       얼리 어답터 

•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충만하고 활동적인 삶을 살아감 

•       최신 트렌드에 참여하기를 좋아함 

•       다른 사람에게서 강한 영향을 받음  

•       항상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음 

•       더 많은 활동이나 더 많은 재미를 의미하는 더 나은 서비스에 대가를 지불 

•       기교 넘치는 복잡한 예술이나 두뇌 활동에는 진정한 관심이 없음 

•       재미와 흥분을 느껴야 좋은 시간이라 정의 

아무리 재미있어도, 누구나 짚라인 타기를 좋아할까?


코스모폴리타 또는 스타일 하운드 같은 분류의 방문객이 주로 찾는 곳이라면, 매출이 크게 올라갈 것이다. 관광지의 마케팅은 단일 세그먼트, 즉 동일한 성향을 가진 방문객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자면, 흔히 언급되는 가족은 하나의 동일 타겟이 아니다. 엄마 아니면 어린이, 누구든 하나의 최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타겟 방문객의 특성에 어울리는 집중된 전략이 불특정 다수를 위한 정책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콘텐츠는 없다. 모든 관광지에 만족하는 방문객도 없다. 


하나 덧붙이면, 매년 발표하는 관광객 ‘만족도’ 조사 결과가 관광지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가치 기반 세분화 역시 관광지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방문객 만족도는, 콘텐츠에 의한 영향이 반이라면, 어떤 성향의 방문객을 맞이하는가에 따라 나타난 결과가 반이다. 


김세진 / 넥스텝디자인  한국대표  www.nextepdesign.com  

https://vim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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